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사옥 이전 논의가 5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시민들은 “정책은 있었지만 실행은 없었던” 이 기나긴 표류에 깊은 피로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행정의 무책임과 정책결정 과정의 허술함이 낳은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SH 사옥 이전은 2019년 서울시의 ‘공공기관 강북 이전’ 정책에 따라 추진됐고, 2020년에는 중랑구로의 이전이 공식화되었다. 서울시와 중랑구, SH는 업무협약까지 체결하며 공연장과 사옥을 포함한 복합시설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2021년 지방공기업평가원의 경제성 평가에서 PI 0.12, B/C 0.82라는 초라한 수치가 나오자 사업은 그대로 멈춰 섰다. 정책의 방향은 제시했으나, 실행 근거와 사업 타당성 검토가 철저히 부실했던 것이다.
최근 보고안은 당초 연면적 6만5천㎡에서 1만㎡ 가까이 축소된, 사실상 ‘반쪽 이전’에 불과하다. 전면 이전은커녕 일부 부서만 분리 이전하는 꼴로, 본래 취지는 완전히 퇴색했다. 공연장 계획도 마찬가지다. 2014년 일부 주민 의견을 근거로 졸속 추진됐을 뿐, 정식 수요조사나 운영 타당성 분석조차 없었다.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허술한 접근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SH는 토지를 리츠(REITs)에 현물출자하고 일부 공공시설을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현실성이 얼마나 담보될지 의문이다. 5년 가까이 검토만 반복하면서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명분만 붙들고 있는 지금의 행태는, 시민을 기만하는 시간 끌기일 뿐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지금이라도 각성해야 한다. 주민 중심의 객관적 수요조사, 실현 가능한 재정 계획, 명확한 일정 수립이 없다면 이 사업은 더 이상 추진할 이유가 없다. 책임 있는 행정은 결정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약속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이제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SH 사옥 이전은 더 이상 구호로만 존재하는 ‘공약용 정책’이 되어선 안 된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시민 앞에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그게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이며, 최소한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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