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이 혐오를 품는 순간, 공론장은 무너진다"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지식인'의 자격은 학벌이 아닌, 품격에서 시작된다. 유시민 작가가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설난영 씨를 두고 한 발언은 지식인으로서의 책무와 언어의 품격을 심각하게 저버린 것이다.
"그 자리는 설 씨 인생에선 거의 갈 수 없는 자리", "제정신이 아니다", "험하게 살다가 국회의원 사모님이 됐다"는 저열한 단정까지 더했다. 이는 단순한 표현의 범주를 넘어, 인격과 삶을 깎아내리는 계급적 편견을 담고 있다.
이는 고졸과 저소득층 출신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명백한 사회적 비하로 상대의 삶을 납작하게 깔아뭉개는 계급적 언어로 가득 차 있었다. 결과적으로 학벌 중심주의와 엘리트 의식에 찌든 지식인의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대한민국 대표적 지식인이자 전직 장관이자 다수의 독자를 가진 저술가로서, 이런 표현은 단순히 "거칠었다"는 사과 한마디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
지식인의 언어는 품격을 담보해야 한다. 학벌, 경력, 지적 역량은 누구나 평가할 수 있으나, 타인을 깎아내리고 함부로 재단하는 오만은 오히려 지성의 결핍을 드러낸다. 상대의 인생을 '험하게 살았다'는 말로 요약하는 것은 그 어떤 논리나 정보 전달과는 무관한 혐오의 언어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가 지양해야 할 편견이며, 공정과 존중의 가치에도 어긋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비판은 논리로, 다름은 존중으로 설득해야 한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설득'이 아닌 '비하'였고, '지적'이 아닌 '모욕'이었다. 그간 그가 주장해온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은 어디로 갔는가.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표현이 거칠었다"는 말로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말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긴 순간, 우리는 진실을 잃고 혐오의 언어만 남긴다. 고졸이라는 이유로 타인의 삶을 깎아내리고, 배우자의 존재를 '신분 상승의 수단'이라 단언하는 태도는 지식인의 탈을 쓴 계급주의자일 뿐이다.
이쯤 되면 사과는 부차적이다. 유 작가에게 필요한 건 반성도, 수습도 아닌 철저한 성찰이다. 지성은 권력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를 깎아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성인이 품격을 잃는 순간, 그 말은 칼이 되어 모두를 베고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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