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국민의힘이 바쁜 손짓으로 하와이로 특사단을 보냈다. 목적은 명확하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홀연히 미국행을 택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다시 정치 무대 위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보수진영 내부에서는 "홍준표 없는 총선은 상상할 수 없다"는 탄식까지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가 특사단에게 보낸 첫 번째 '응답'은 대단히 상징적이었다. 페이스북 프로필과 커버 사진을 모두 파란색 자켓과 넥타이를 한 자신의 모습으로 바꾼 것.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색깔인 '파란색'이다.
정치는 색으로 말하고, 침묵으로 응답할 수 있다. 이번 홍 전 시장의 행동은 대중 앞에서는 침묵이지만, 정치권에는 천둥 같은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거절인가, 암시인가?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진절머리가 난다"라며 고갤 저었다. 그런 그가 야권의 상징색을 입었다? 단순한 패션 감각의 변화로 치부하기엔 시점이 너무나 절묘하다.
하와이에 특사단이 도착한 바로 그날. 같은 시각, 홍준표는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는 듯 조용히 색깔을 바꿨다. 이는 단순한 '기분 나쁜 거절' 그 이상이다. 정치적 정체성의 전환, 혹은 보수진영에 대한 실망의 상징적 표출일 수 있다.
이쯤 되면 질문이 바뀐다. 홍준표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 돌아오고 싶은 의지가 있는가? 보수의 구심점에서 보수의 균열로? 정치적 비중이나 카리스마 측면에서 홍 전 시장은 여전히 대중적 존재감을 지닌 인물이다. 보수진영이 여전히 '홍준표 카드'를 접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홍 전 시장은 이제 보수의 '구심점'이 아니라, '변심의 상징'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빨간색을 지운 정치인은 많지만, 그 대체 색이 파란색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
그가 진짜 민주당으로 향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철저히 보수진영을 '간 보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높이려는 정치적 계산일까?
정치적 복귀는 시간문제일 수 있다. 정치는 때를 기다리는 예술이다. 홍준표 전 시장도 이 원리를 모를 리 없다. 지금이 복귀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그가 "나는 당신들 편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그를 복귀시키기 위해 온갖 정성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지켜보겠다"는 차가운 시선만 보내고 있다. 그의 파란 옷은 단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정치에 대한 홍준표의 메시지다.
정치는 말보다 행위로 기억된다. 지금 홍준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가장 큰 말을 했다. 파란 옷을 입은 그의 침묵은 지금, 그 어떤 연설보다도 정치적이다.
[저작권자ⓒ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