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신속한 선고 이후, 사법부 내부에서 이례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공개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지목하며 정치적 개입과 사법권 남용을 비판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전국법관회의의 임시 소집을 통해 현 사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현직 부장판사의 실명 비판은 단순한 판결 결과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었음을 지적하는 비상한 문제 제기다. 이는 사법부 수장의 정치적 행위로 인해 사법 전체가 정치의 수렁에 빠졌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절규다. 실제로 김 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후보의 선고 시점과 정치적 파급력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 보며, 이를 "사법부가 정치와 맞붙는 무모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대법원이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선고를 수개월 앞당긴 것, 그리고 이로 인해 야기된 여론의 파장은 단지 '법과 원칙'이라는 말로 덮어질 수 있을까. 정치는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움직인다. 사법은 법리적 판단으로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선고는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대통령 후보의 자격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사법 판단이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과 독립성이 의심받을 경우, 판결의 정당성은 물론 사법부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치적 파급력을 의식한 듯 대법원은 ‘초고속 선고’라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고, 이는 오히려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을 기초로 한 헌정 질서를 갖춘 민주주의 국가다. 사법부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대법원 수뇌부가 이 원칙을 온전히 지켜냈는지 되묻게 만든다. 사법부가 특정 정치세력에 편승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다면, 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법원이 정치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오직 사실만을 판단하는 곳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국민적 불신을 해소할 책임이 있으며,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전국법관회의의 즉각적인 소집은 최소한의 자정 노력이자 사법부의 존엄성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법부의 진정한 권위는 국민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지금은 ‘법 위에 법’을 말하는 대법원장도, ‘정치 위에 사법’을 경계하는 평판사도 모두 헌법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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