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아파트 © 세계뉴스 |
[세계뉴스] 정서영 기자 = 서울시의 ‘최고 층수 35층 규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거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주장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에 따라 주거지역에 짓는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같은 35층 룰을 지키는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그 이상을 노리는 단지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 계획안이 통과된 단지는 모두 35층 이하다. 서초구 신반포14차의 최고 층수는 34층이다. 지난달 열린 2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 계획안이 사실상 통과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최고 층수는 35층이고 송파구 진주와 미성·크로바도 최고 35층으로 지어진다.
반면 35층 이상으로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는 계획안을 만들었지만 강남구청에 계류돼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역시 서울시가 새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하며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면서 별 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35층 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고 50층 카드를 꺼내들었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변경안이 도계위에서 보류되면서다.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보면 광역중심 역할을 하는 잠실 일대는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최고 51층까지 지을 수 있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은 이를 근거로 대로변에 위치한 동을 최고 50층으로 짓는 계획안을 냈지만 브레이크가 걸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위적으로 층수를 규제하는 경우 도리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용적률 제한을 그대로 두는 대신 층수 규제를 없애는 게 낫다는 것이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층수 규제를 없애면 주거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고 수익성도 확보돼 재건축 사업이 빨라지는 효과가 날 수 있다”며 “서울 용산 등의 사례를 보면 고층 재건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거 특성상 아파트가 들어선 곳은 대부분 중심가다. 중심가가 슬럼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전문가도 “용적률이 제한된 상황이기 때문에 35층짜리 성냥갑 아파트가 양산될 수 밖에 없다”며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하는 것보다 경관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에 재건축한 잠실 파크리오와 엘스·리센츠·트리지움과 반포 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이 단지들은 주동을 비슷하게 배치하면서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35층이 적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때 수익성만 쫓기 보다는 주거환경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적정한 사람이 적정한 면적을 공유해야 주거환경이 좋아진다”며 “주택에는 궁극적으로 공공적인 개념이 포함되기 때문에 항상 시장적 관점만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고 35층의 계획안을 내세워 서울시 도계위에서 가결된 반포주공1단지를 사례로 든다. 최고 층수를 낮추더라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례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용 건물로서 최적의 환경을 갖출 수 있는 한계는 35층이라는 판단”이라며 “최고 50층 재건축을 허용해주다보면 결국에는 서울이 50층짜리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35층 룰’을 공고하게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이보다 높은 층수를 갖춘 단지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랜드마크’로서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의 기준인 35층을 넘어서는 단지는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최고 56층)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트리마제(최고 47층)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최고 38층) 등이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35층을 넘는 단지가 당분간 나올 수 없는 데다 래미안 첼리투스 등은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랜드마크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다른 단지에 비해 가격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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