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개혁, 없애면 개혁인가? 남기면 특권인가?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의 방향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예외적인 경우 남용 여지가 없도록 안전장치를 만드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개혁의 목표는 권력의 재배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와 인권 보호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발언은 검찰개혁 논쟁의 핵심을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는가'가 아니라 '국가 형사사법의 최종 안전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돌려놓는다.
형사사법에서 안전장치는 절차의 완결성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더라도, 사건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법률적 완결성을 담보하는 연결 고리는 유지돼야 한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가 바로 보완수사요구권이다. 경찰에게 사건 종결권을 전적으로 부여하는 구조는 이론적으로는 간명해 보이지만, 실제 사건의 복잡성과 법리의 정교함을 감안하면 위험한 단순화다.
경찰 수사의 강점은 명확하다. 신속한 초동 대응과 현장 중심의 사실 확인이다. 그러나 사건이 공소 제기 단계로 넘어가면 요구되는 판단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범죄구성요건의 해당성, 증거능력과 증명력의 구별, 공소시효와 죄수관계, 양형 요소의 체계적 검토는 고도의 법리 판단을 전제로 한다.
이는 개별 수사관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역할 분화에 따라 제도적으로 축적된 전문성의 차이다. 초동 수사를 중심으로 한 사실 확정의 사고와, 공소 제기와 유지를 전제로 한 법률적 판단의 사고는 출발점과 목적이 다르다. 하나는 사건을 밝혀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다른 하나는 법정에서 책임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구조적 차이를 무시한 채 수사의 전 과정을 하나의 기관에 맡길 경우, 그 위험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법리 오해로 인한 무리한 기소, 반대로 명백한 범죄에 대한 공소 실패는 억울한 피해자를 구조적으로 양산할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사건'의 예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 송치 사건에 치명적인 법리 결함이나 간단한 사실 확인의 공백이 존재할 때, 이를 전면적으로 차단하면 국가의 형벌권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그렇다고 보완수사를 무제한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예외성과 통제다. 요건을 법률로 한정하고, 사유를 기록화하며, 외부 통제를 받는 보완수사요구권은 남용의 통로가 아니라 책임 행정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검찰의 오남용은 분명 잘못된 과오다. 그렇다고 벼룩 잡자고 다 태워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강경한 주장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지난 과오를 외면하지 않고 철저히 성찰하되, 그 반성 위에서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일이다. 지금은 분노를 쏟아낼 때가 아니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치적 구호로서의 '완전 박탈'은 단순하지만, 행정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권한을 제거해 놓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부실 수사로 인한 무죄 선고, 잘못된 불기소와 인권 침해의 책임은 결국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헌법 구조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에 대해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요구한다. 강제수사에 검사를 매개로 한 법률적 통제를 둔 것은, 국가권력이 법률 전문가의 판단을 거치도록 하기 위한 헌법적 안전장치다. 또한 헌법 제89조는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공소유지 책임을 지는 기관의 수장이 헌법적 책임 주체임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체계 아래에서 공소유지 책임을 지는 기관이 사건의 법리적 흠결을 바로잡을 최소한의 수단조차 갖지 못한다면, 책임과 권한의 균형은 붕괴된다. 보완수사요구권은 검사의 수사권을 확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영장청구권과 공소유지권을 실질적으로 책임 있게 행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검찰개혁의 방향은 제거가 아니라 정교화여야 한다. 헌법이 예정한 권력 분산과 상호 통제의 틀 안에서 보완수사요구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엄격히 통제하는 것, 그것이 특정 기관의 권한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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