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정치권의 중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은 검찰개혁 완성을 위해 보완수사권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법조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법원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았고, 여당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논쟁은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을 비켜가고 있다. 검찰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검찰개혁은 검찰을 위한 개혁도 아니고 경찰을 위한 개혁도 아니다. 특정 권력기관의 권한을 줄이거나 늘리는 것이 개혁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검찰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오직 국민의 권리 보호여야 한다.
그동안 검찰개혁 논의는 주로 권한 배분에 집중돼 왔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면 개혁이 이뤄지는 것처럼 인식됐고, 수사권 조정과 수사·기소 분리 역시 권한 재배치의 관점에서 접근돼 왔다. 하지만 권한의 이동 자체가 곧 개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검찰의 권한이 경찰로 넘어간다고 해서 국민의 권리가 자동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검찰이 일정한 보완수사권을 유지한다고 해서 개혁이 후퇴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 어느 기관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느냐다.
민주주의는 특정 기관을 무조건 신뢰하는 체제가 아니다. 어느 기관도 절대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되며, 모든 권력은 견제와 균형 속에서 행사돼야 한다. 검찰 권력이든 경찰 권력이든 마찬가지다.
시민이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검찰과 경찰이라는 기관의 이름이 아니다. 시민이 경험하는 것은 국가 권력 그 자체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할 수 있고, 통신기록을 확보할 수 있으며,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강력한 권한은 국가가 국민 위에 군림하라고 부여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책임과 함께 위임된 것이다.
따라서 검찰개혁의 본질은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권력의 통제에 있어야 한다. 지금 논의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보완수사권 존폐보다 수사의 품질이다.
수사는 원래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결론이 먼저 정해지고 그 결론에 맞는 증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사가 진실 발견의 과정이 아니라 기존 판단을 정당화하는 절차로 변질되는 순간 인권 침해와 사법 불신은 시작된다.
이 문제는 특정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도, 경찰도, 어떤 권력기관도 조직 논리와 확증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오랜 경험은 때로 선입견이 되고, 효율성은 때로 절차를 생략하는 명분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경험이 증거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수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육하원칙에 따른 사실 확인, 디지털 포렌식과 과학수사를 통한 객관적 증거 확보, 유죄 입증 자료뿐 아니라 무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까지 함께 검토하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가 권력이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더욱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수사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다. 진실 발견이다.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수사라면 시민의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하고, 절차적 정의는 존중돼야 하며,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역시 마련돼야 한다. 수사의 효율성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의 정당성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는 다수 의석의 힘으로 서둘러 결론을 낼 사안이 아니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정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특히 형사사법체계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대법원이 신중론을 제기하고,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공감하더라도 졸속 입법으로 인한 부작용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개혁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권한을 없애는 것이 개혁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개혁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현재의 수사 시스템이 국민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가"가 먼저다.
검찰개혁의 완성은 권한의 이동에 있지 않다. 권력이 누구의 손에 있든 국민의 통제를 받고, 객관적 증거와 절차적 정의에 따라 행사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개혁이며,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수사개혁의 방향이다.
본질을 보지 못한 개혁은 또 다른 권력의 탄생일 뿐이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찰을 약화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설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의 권리와 수사의 품질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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