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국방부 장관은 대한민국 군 통수체계의 핵심 축이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라면 국방부 장관은 이를 실제 군정과 군령으로 구현하는 최고 책임자다. 그런 자리에 오른 인물을 두고 병역 이력과 관련한 중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방위병 복무 시절 군무이탈 사실을 숨긴 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재 사건은 경찰에 접수돼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물론 의혹은 아직 의혹일 뿐이다. 사실 여부는 수사와 객관적 자료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의혹의 진위만이 아니다. 만약 제기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병역 이력은 검증 항목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안이다. 재산이나 논문, 세금 문제보다도 먼저 확인되는 영역이다. 특히 군을 지휘하는 장관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중대한 병역 문제가 존재했는데 검증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실패다.
대통령실은 무엇을 검증했는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무능의 문제다. 확인하고도 임명을 강행했다면 판단의 문제다. 어느 쪽이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도 자유롭지 않다. 인사청문회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검증하는 제도다. 청문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병적자료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음에도 핵심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임명이 이뤄졌다면 청문회의 존재 이유 역시 되묻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군의 신뢰 문제다. 군은 명예와 규율로 유지되는 조직이다.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수많은 장병과 예비역들에게 병역은 단순한 경력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책임의 기록이다. 만일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병역과 관련한 사실을 숨기고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군의 기강과 장관의 도덕적 권위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정치공방이 아니다. 병적자료 공개와 명확한 해명이다. 의혹이 허위라면 공개를 통해 끝내면 된다. 반대로 사실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면 된다. 문제는 진실이 아니라 침묵이다.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아무런 설명이 없고, 검증 과정에 대한 해명도 없다면 국민의 불신만 커질 뿐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겠다는 정부의 인사 철학도 검증이라는 기본 전제가 무너지면 설득력을 잃는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사실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가의 위기는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검증해야 할 것을 검증하지 않고, 확인해야 할 것을 확인하지 않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안규백 장관 의혹의 진실은 앞으로 수사와 자료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이미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국민이 궁금한 것은 안규백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검증의 기준이 지금도 살아 있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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