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6·25전쟁 76주년 기념식에서 "강력한 국방력 기반 위에 전쟁을 걱정할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에 대한 철학과 의지를 담은 발언이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 군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사관학교 통합 논란에 대해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묶는 이른바 '군사학교 통합안'을 검토하면서 군 안팎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미래전 대비와 합동성(Jointness) 강화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군사 전문가들과 예비역 장성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합동성(Jointness)은 현대전의 핵심 개념이다. 하지만 합동성이란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친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 전장은 육군·해군·공군이 각자 싸우는 시대를 넘어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 무인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다영역 작전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합동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합동성은 전문성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전문성 위에 구축되는 개념이다.
세계 주요 군사 선진국들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별도로 유지하면서도 합동군사교육 체계를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각 군의 전문성을 확보한 뒤 실무 경험과 합동교육을 통해 통합 운용 능력을 키운다. 전문성 없는 합동성은 공허하고, 합동성 없는 전문성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논의는 군사전략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검증보다 조직 개편이 먼저 앞서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더 큰 문제는 추진 과정이다. 안규백 장관은 오랫동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한 정치인으로 국방 정책에 대한 관심과 경험은 인정받는다. 그러나 실제 군 복무 경험은 방위병 복무가 전부다. 군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도, 전투를 지휘해 본 경험도 없다.
문민통제 원칙 아래서 장교 양성체계와 군 조직의 근간을 바꾸려면 누구보다 신중해야 하며, 누구보다 깊은 연구와 검증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은 단순한 학교 통폐합이 아니다. 대한민국 장교단의 정체성과 군 문화, 전투력 형성 체계를 바꾸는 국가안보 전략의 문제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면 군 장교 양성체계는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다.
대통령이 군사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군 통수권자는 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드론 전쟁의 교훈, 중동 분쟁이 드러낸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계와 진화, 인공지능 기반 전장 환경의 변화, 미국·중국·일본·러시아라는 4대 군사 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군사 교리를 모른다면 석학들을 불러 물어야 한다. 현역과 예비역 지휘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미래 전장 연구자들과 토론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왜 사관학교 통합이 필요한가. 현재 장교 양성체계의 문제는 무엇인가. 합동성은 어느 단계에서 구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대한민국 군은 앞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는 것은 국방부 실무자의 몫이 아니라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책무다. 사관학교 통합 논란은 단순한 조직 개편 논쟁이 아니다.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한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한 국방력을 약속했다. 이제 국민은 그 국방력이 어떤 군대를 의미하는지, 어떤 장교를 길러내는 군을 의미하는지 듣고 싶어 한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