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 넘게 멈춘 수사, CCTV·동선 자료 사라져…초동 대응 실패 책임론 확산
- 경찰, 뒤늦게 관리자 승인제 도입…실종사건 종결 시스템 전면 점검 목소리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제주에서 30대 여성 장미란(37) 씨가 석 달째 실종된 가운데, 최초 실종 신고를 담당한 경찰관이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사실상 '셀프 종결'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실종사건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담당 경찰관이 실종 사건을 전산상 단독으로 종결할 수 없도록 관리자 승인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 경찰관의 판단과 보고에 의존했던 기존 시스템에 뒤늦게 '이중 확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연락됐다'던 경찰…통화기록은 없었다
핵심은 최초 신고 당시 경찰의 판단이 사실에 근거했는지 여부다. 제주경찰청이 장 씨의 통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 최초 실종 신고를 담당했던 A 경장과 장 씨 사이에는 통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관이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한 과정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된 이유다.
경찰은 현재 A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당시 신고 접수부터 사건 종결까지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그 사이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흘렀다는 점이다. 장 씨는 지난 5월 실종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제대로 된 재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가족의 재신고를 계기로 뒤늦게 수색과 수사가 본격화됐다. 그 과정에서 주변 CCTV 영상 상당수가 이미 삭제돼 초기 이동 동선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
한 사람의 판단이 '골든타임'을 날렸다
실종사건에서 초기 대응은 실종자의 행방을 추적하는 핵심적인 시간이다. CCTV 영상과 휴대전화 위치정보, 차량 이동기록 등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실종자의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종결됐다면 단순한 행정상 착오를 넘어 초동 대응 자체가 적절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현재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실종 해제 처리를 직접 할 수 있었다.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에게 별도 보고가 이뤄지더라도 전산상 최종 해제는 담당자가 처리할 수 있는 구조였다.
경찰은 이 같은 허점을 개선해 앞으로는 담당자가 실종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조치 내용 등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개인 일탈'로 끝낼 문제인가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실종자를 바라보는 경찰의 인식과 제도적 한계다. 전문가들은 성인 실종자의 경우 미성년자와 달리 본인의 의사에 따른 가출 가능성 등이 함께 고려되면서 범죄 피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종수사 전문가들은 성인이 실종됐을 때 신고와 수색, 안전 확인, 사건 해제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법률로 마련해야 한다며 이른바 '성인실종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종자의 생명과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도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던 시스템, 이를 걸러낼 관리·감독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초기 대응 실패로 사라진 수사 단서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가 핵심이다.
경찰의 관리자 승인 절차 도입이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되려면 이번 사건에서 어떤 판단과 보고가 있었는지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장 씨의 행방을 찾는 일이 최우선이다. 경찰은 26일까지 하루 평균 140여 명을 투입해 제주 한림항 일대를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벌이고 있다. 헬기와 드론, 체취증거견, 잠수부, 경비정과 연안구조정 등을 동원한 입체 수색도 진행 중이다.
장 씨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이 남긴 경찰의 초동 대응과 종결 시스템의 문제 역시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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