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 안보의 중추인 국방부는 깊은 혼란과 불신에 직면했다. 흔들린 군심을 다잡고 무너진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은 현 시국에서 차기 국방부 장관에게 주어진 가장 절박한 책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이재명 정부가 강신철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이라 평가할 수 있다. 육사 46기 출신의 전직 4성 장군이라는 정통 군인으로서의 이력은, 방황하는 군 내부를 결속하고 조직을 안정궤도에 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포석으로 읽힌다.
그러나 보수의 가치를 지지하는 국민과 안보 전문가들이 강 후보자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히 조직 내부의 봉합이나 '군심 달래기'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안보는 온정주의적 타협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과 강력한 국방개혁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의 가장 큰 강점은 그가 걸어온 궤적 자체에 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합참 작전본부장 등 안보와 작전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며 그는 한미동맹의 현실과 북한의 도발 억제 메커니즘을 뼈저리게 체득했다. 특히 연합방위체계의 실무를 조율해 온 그의 경력은, 이념적 구호에 치우치기 쉬운 진보 진영의 안보관을 현실 안보의 궤도로 붙들어 매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 개혁의 대상인 군 내부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기에, 조직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군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적 개혁의 설계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이번 인사가 '육사 출신 장관'이라는 기득권의 방어막으로 변질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일각에서 우려하듯 육사 출신이라는 배경이 특정 군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수단이 된다면, 이는 시대의 요구를 거역하는 일이다. 반대로 단지 출신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역시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낡은 태도다. 지금 우리 군에 필요한 것은 편 가르기가 아니라, 오직 전투력과 전문성을 중심에 둔 철저한 능력주의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문제에 있어서는 감정적 접근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전장의 패러다임은 이미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AI)과 무인체계가 결합하는 초연결·첨단 과학기술 밀리터리로 급변하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이나 개편 논의 역시 '어느 학교를 축소하느냐'의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미래의 장교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최첨단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라는 오직 군사적 효용성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졸속 통합으로 각 군 고유의 작전 역량과 전문성이 훼손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안보의 자해행위일 뿐이다.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의 관계 역시 보수적 안보관의 잣대로 단단히 세워야 한다. 한미동맹은 자유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흔들림 없는 닻이며, 이를 약화시키는 자주국방은 모래성일 뿐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나 확장억제 강화, 첨단 방산 기술 확보는 반일·반미의 감정이 아니라, 압도적인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바탕으로 우리 군의 독자적 정보·감시·정찰(ISR) 및 정밀타격 능력을 배가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진짜 자주국방은 동맹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의 기여 속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데서 온다.
국방부 장관의 역할은 이제 군을 지휘하는 통상적인 장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방 반도체, AI 무인체계, 방위산업이 국가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견인하는 총력전의 시대에, 장관은 기술과 외교, 산업과 안보를 아우르는 국가전략의 총사령관이어야 한다.
강신철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최종적인 시험대는 명확하다. 그가 '육사 출신 장관'이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헌법 수호의 보루를 세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군은 어느 정권의 사병도, 특정 계파의 조직도 아니다.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헌법의 군대여야 한다.
강 후보자가 이 원칙을 지켜내며 튼튼한 한미동맹과 압도적 과학기술 강군의 기틀을 다진다면, 이번 인사는 대한민국 국방이 한 단계 도약하는 위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장병이 자부심을 가지며, 10년 뒤에도 적이 넘볼 수 없는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 그것만이 차기 국방부 장관이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할 유일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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