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지방자치의 성패는 집행부의 독주를 막고 권력을 상호 견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방의회가 행정을 감시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권한이자 의무이며, 단체장이 의회의 질의에 답하고 자료 제출을 약속하는 것은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서울 강북구의회가 지난 23일 제295회 임시회를 마무리했지만, 최근 강북구 행정이 보여주는 모습은 지방자치의 본질적 원칙에 깊은 의문을 던지게 한다. 구정질의 과정에서 구청장이 구두로 확인과 자료 제출을 공언했던 수많은 현안들이, 임시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후속 조치 없이 깜깜무소식이기 때문이다.
답변은 무성하지만 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실종된 상황에서 의회의 감시 기능은 도대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이를 단순한 '행정 절차상의 지연'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사안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구민을 대의하는 의회의 권능과 알 권리를 무시한 채, 자료 요구와 답변을 한낱 형식적인 요식 행위로 만드는 구청장의 행태는 엄중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 수십억 세금 투입과 공금 유용 의혹, '말'이 아닌 '자료'로 입증하라
지난 19일부터 이어진 노윤상 의원의 질의로 수면 위에 오른 현안과 의혹들은 하나같이 구민의 혈세 및 행정 신뢰도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들이다.
첫째, 최종 38억 3,100만 원 규모로 추진된 임시청사 매입 건이다. 건물의 노후도와 유지관리 부담, 매입가의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정 구청장은 "시장조사를 거쳤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조사 시점과 비교 대상 매물 등 매입가 결정의 근거가 담긴 자료를 구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특히 시장조사를 거쳤다면서도 당초 매입·리모델링 비용을 약 41억 원으로 산정한 배경은 무엇인지, 왜 이 금액을 줄기차게 고집하며 의회에 보고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
시장조사를 했다는 설명만으로 수십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재산 취득의 타당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와 예산 산정 근거를 자료로 제시해 매입 결정의 합리성을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
둘째, 삼양동주민센터 수강료 유용 의혹이다. 주민자치 프로그램 수강료는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귀한 돈이다. 구청 자체 감사에서 확인된 유용 금액과 환수 계획, 관계자의 허위 보고, 그리고 감사보고 누락 의혹 등은 결코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경찰 수사 결과와 별개로, 구청 차원의 행정 조치 내역과 재발 방지 대책이 객관적 기록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초임 구청장이 내부 조직의 이해관계나 국·과장들에게 휘둘려 진상이 은폐되거나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비로소 무너진 행정 신뢰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셋째, 신청사 건립 사업비와 전임 구청장 시절 정책보좌관의 보수 지급 적정성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신청사 사업비로 제시된 4,360억 원은 어디까지나 추정 예산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향후 준공까지 남은 4년 동안 수백억 원의 추가 예산이 더 투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6급 직위의 정책보좌관에게 5급 대우의 급여와 각종 수당이 지급된 과정 역시 법과 규정에 부합했는지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 과거 행정이라 할지라도 위법이나 편법이 있었다면 바로잡는 것이 현직 단체장의 책임이다. 검증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자료 제출을 지연하는 것은 책임행정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시간을 끌수록 정창수 구청장은 검증이 실종된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우며, 결국 구민의 불신만 자초할 뿐이다.
■ 무력화되는 의회 감시권, 강북구의회도 결단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감시권은 단체장의 선의나 허락에 의존하는 권한이 아니다. 구청장의 답변만으로 행정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면 구정질의와 행정사무감사는 존재 이유를 잃고 형식적 절차로 전락한다. 단체장의 권한이 견제받지 않는 '무풍지대'가 될 때,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반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정창수 강북구청장은 의회의 자료 요구를 가볍게 여긴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약속한 자료를 즉시 제출해야 한다.
또한 강북구의회 역시 집행부의 답변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말고 권한에 따른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공식적인 제출 기한을 명확히 설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령과 의회 규정에 따른 법적 검토를 포함한 엄중한 후속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아울러 자료 요구와 답변, 제출 미이행 경위까지 세세히 기록으로 남겨 구민에게 명명백백히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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