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 "8개월 이상 준비된 친위 쿠데타…내란 우두머리는 사형 아니면 책임 못 물어" 주장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받았다. 헌정사상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내란 혐의로 단죄된 전직 최고 권력자를 둘러싼 법적·역사적 책임 공방이 2심에서도 정점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29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국민을 배신한 피고인 윤석열은 법정최고형으로 단죄해야 한다"며 "사형의 선고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태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세 가지뿐이다. 특검은 "내란 우두머리죄는 사형이 아니면 그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없는 범죄"라며 "전두환을 용서한 무원칙한 관용이 피고인 윤석열의 내란 범행을 자초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내란 우두머리는 반드시 사형으로 죄책을 묻는다는 선례를 남겼다면 윤석열의 내란이 과연 가능했겠나"라며 "정의 없는 자비는 방종을 초래한다는 서양의 격언처럼, 오직 엄중한 단죄만이 제3의 전두환, 제2의 윤석열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전·현직 군·경 지휘부에 대해서도 중형이 줄줄이 구형됐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30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징역 20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는 징역 15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에게는 징역 12년이 각각 구형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용군 전 제3야전군(3군)사령부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게도 특검은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하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을 "헌정사의 성취를 무너뜨린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윤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듭 부각했다. 특검팀은 "윤석열이 일으킨 12·3 내란은 모든 상식과 헌정사의 성취를 무너뜨렸다"며 "헌법 준수를 선서한 군 통수권자가 도리어 국민을 향해 총을 든 군을 출동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출된 대통령이 일으킨 '친위 쿠데타'는 온 국민을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다"며 "대한민국 시계를 4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 용서받지 못할 헌정 파괴 범죄"라고 질타했다. 또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군대를 동원한 행위는 단순한 정치적 실책이나 직권남용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최고 수준의 반역 행위"라며 "그날 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총구 앞에 의연히 맞선 국민의 용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 윤석열의 독재 정권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1심 재판부 판단의 법리와 사실 인정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특검팀은 "1심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많은 노고를 기울였으나, 내란의 전모를 남김없이 밝혀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며 "대법원이 세운 법리를 반쪽만 적용했고, 내란의 준비 시기와 목적을 좁게 잡았으며, 그 잘못은 피고인들의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선고형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1심이 12·3 비상계엄이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계엄 선포 자체를 내란으로 보지 않고 계엄을 내세워 법이 허용하지 않는 조처로 나아가야 비로소 내란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특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른바 '5·17 사건'(전두환·노태우 내란 사건) 판결을 인용하며 "대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이용된 계엄이면 그 계엄 자체가 폭동이라고 했는데, 원심은 별개의 실행이 더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내란의 준비 시기와 목적에 대한 1심 판단도 도마에 올랐다. 1심은 윤 전 대통령 등이 2024년 12월 1일이 돼서야 우발적으로 비상계엄을 결심했다고 봤지만, 특검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12·3 계엄은 8개월에 걸쳐 준비된 내란이고, 원심이 간과한 '노상원 수첩'까지 보면 준비 기간은 1년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준비 시기에 관한 판단을 바로잡으면 내란의 목적도 분명해질 것"이라며 "12·3 계엄은 윤석열을 정점으로 권력의 장기 독점을 위해 일으킨 친위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비상계엄 포고령의 구체적 내용도 내란 목적의 증거로 제시됐다. 특검은 "국회를 멈추고, 정치를 멈추고, 사법권을 군으로 이양해 반대 세력을 잡아들여 수사하고, 새 입법기구로 입법권과 사법권까지 장악하려 했다"며 "이미 행정권을 가진 대통령이 3권을 모두 장악하는 것이 곧 권력 독점이고, 독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양형 판단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했다. 1심은 피고인들이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계엄이 짧게 끝난 점, 군과 경찰이 물리력을 자제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계획은 허술하지 않았고 단지 국민의 저항과 일선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으로 실행이 계획과 어긋났을 뿐"이라며 "물리력을 자제한 것은 현장의 군인과 경찰이지, 윤석열이 아니다. 그 공을 윤석열의 이익으로 고려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내란 우두머리는 거의 대부분 초범이기 때문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도 감경 사유가 되지 못하고, 고령을 참작하는 취지는 유기형이 없는 내란 우두머리죄에 맞지 않는다"며 "원심이 든 유리한 정상은 하나도 유지될 수 없다"고 했다. 특검은 "사형에 반대하는 가장 무거운 이유는 혹시나 모를 오판의 가능성이지만 이 사건에선 그럴 여지가 없다"며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관행이, 사형을 선고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순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특검은 "피고인은 계엄이 짧게 끝나길 바란 적이 없는데도 법정에서 '경종을 울리는 단기간 비상조치로 처음부터 구상된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여러 불리한 양형 요소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특검을 "정치 특검"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정치권력에 양심을 팔아버리고, 주문받은 주장만 있는 정치 특검의 민낯을 본 구형"이라고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실 무장하지 않은 고작 280명의 질서 유지군을 투입한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며 "비상계엄은 반국가 세력, 체제 전복 세력과 연계된 거대 야당의 폭주로 헌정 질서가 붕괴하는 패악에 대해 국민들이 깨어나 감시와 견제해달라는 선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비상계엄 권한은 결코 내란이 될 수 없다"며 "재판부에서 양심, 법과 증거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기소 됐다. 올해 2월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보낸 행위가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이라는 내란죄 성립 요건에 부합한다며 유죄를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혐의를 받는 최고 권력자에 대한 유죄 판결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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