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부세 사실상 '중산층 보유세' 전락…재산세 통합·실효세율 관리 개편론 부상
[세계뉴스 = 박근종 칼럼니스트]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9.16%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서울은 18.67% 급등해 전국 평균을 두 배가량 웃돌며, 강남과 한강변 이른바 ‘핵심 벨트’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4년째 69%로 동결한 상황에서 집값 자체의 급등이 고스란히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17일 발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1,585만여 가구의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9.16% 상승했다. 지난해 집값 급등분이 반영된 결과다.
서울은 18.67% 치솟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후반에 근접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3구(강남 26.05%, 송파 25.49%, 서초 22.07%)는 평균 24.70%나 뛰었고, 성동·용산·마포 등 한강변 ‘한강 벨트’ 8개 구는 23.13% 상승했다. 나머지 자치구의 평균 상승률은 6.93%에 그쳤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3.37% 수준이다.
공시가격 급등은 곧바로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라 공시가격 12억 원을 넘는 1세대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야 한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 주택은 48만 7,362호로, 지난해(31만 7,998호)보다 16만 9,364호(53.2%)나 늘었다. 공시가격 구간별로는 2억~15억 원 이하 16만 4,801호, 15억~30억 원 이하 27만 1,692호, 30억 원 초과 5만 869호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될 당시 ‘부유세·징벌세’ 성격이 강한 세목이었다. 당시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대상자는 약 3만9,000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기준이 12억 원(2022년 말 기준)으로 상향됐지만, 집값 급등으로 대상자는 10배 이상 늘었다. 사실상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제2의 재산세’로 성격이 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국내 보유세 구조가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돼 있다는 점이다. 동일 주택에 대해 먼저 지방세인 재산세를 부과하고, 다시 국세인 종부세를 매기는 이중과세 체계다. 과세 기준과 세율 체계가 서로 달라 납세자가 자신의 세 부담을 예측하기 어렵고, 행정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제 기준과 세율이 크게 바뀌며 종부세가 ‘정치적 세금’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 같은 구조와 무관치 않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9%로 동결된 점도 주목된다. 시세 반영률을 높여서가 아니라 순수한 집값 상승만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뛴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가 최대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취득·등록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대상 선정 등 29개 법률에서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세금과 준조세 전반의 부담이 동시다발적으로 불어나는 구조다.
정부는 이미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한 보유세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축소 등 세제 전반을 손질해 투기성 주택 보유의 경제적 유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월 12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세제, 금융, 통화, 주택공급, 부동산 감독 등 종합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월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3월 17일에는 “부동산 세금은 핵폭탄 같다.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한다면 하는 것”이라고 언급해 세금 카드의 파급력을 강조했다.
정부의 기본 방향은 ‘투기 억제·실수요 보호’로 요약된다. 주택 보유 비용을 현실화해 투기 수요를 억누르고,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던 자금을 주식시장 등 생산적 투자처로 이동시키겠다는 이른바 ‘머니 무브’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다만 공시가격 급등으로 올해 보유세가 최대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은 은퇴자·고령 1주택자 등에게는 ‘공포’에 가깝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세 부담이 한꺼번에 급증하면 ‘징벌적 과세’라는 반발이 커질 뿐 아니라, 늘어난 비용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전월세 시장 감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해 ‘보유세 단일 체계’로 정비하고, 전체 실효세율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부세가 이미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사실상의 보유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기형적인 이중과세 구조를 정리하고, 고가 주택에는 누진세율을 적용해 형평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해야 보유세가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소비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양도소득세 완화 등으로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거래가 막히면 가격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매매·임대차 시장 모두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선별적인 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는 한편, 공급 확대와 투기 수요 차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른다.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버티면 이긴다’는 투기 심리를 꺾고, ‘똘똘한 한 채’에 쏠리는 가수요를 차단해 집값을 물가상승률 수준 안팎에서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시가격 9.16% 급등과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조세 저항과 민생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후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떠올랐다.
세제는 대출·공급과 함께 부동산 정책의 핵심 축이다. 시장 변동성에 따라 ‘깜짝 카드’처럼 세율을 올렸다 내리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일관된 중장기 로드맵 아래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국민이 예측 가능한 과세 원칙을 분명히 제시할 때 비로소 조세 저항을 줄이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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