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15일)은 삼복(三伏)의 첫 번째 날인 초복이다. (AI 생성 이미지)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15일은 삼복(三伏)의 첫 번째 날인 초복이다. 올해 중복은 7월 25일, 말복은 8월 14일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답게 전국의 삼계탕집과 장어집에는 보양식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복날은 단순히 '삼계탕 먹는 날'이 아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계절의 지혜와 농경문화, 그리고 더위를 이겨내려는 선조들의 생활 방식이 녹아 있는 전통 세시풍속이다.
복날의 '복(伏)'자는 '엎드릴 복'이다. 사람(人)이 개(犬)처럼 엎드린 모양에서 유래한 글자로 무더운 여름 기세 앞에 사람이 기운을 잃고 엎드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강한 양기(陽氣)에 음기(陰氣)가 눌려 엎드려 있다는 의미도 전해진다.
삼복은 절기가 아니라 '경일(庚日)'이 만든 날짜
많은 사람이 삼복을 24절기의 하나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 삼복은 천간(天干)의 '경(庚)'이 드는 날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이 초복, 네 번째 경일이 중복, 입추 이후 첫 번째 경일이 말복이다. 따라서 매년 날짜가 조금씩 달라진다.
복날의 시작은 중국…조선에서 한국식 풍습으로 자리 잡다
복날의 기원은 중국 진(秦)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진나라 덕공이 여름철 세 차례 제사를 지냈고, 조정에서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무더위에 기력이 떨어지는 시기인 만큼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으며 건강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
이 문화는 우리나라로 전해져 조선시대에는 '동국세시기'와 '지봉유설' 등에 복날 풍습이 기록됐다. 복날에는 보양식을 먹고 계곡에서 탁족을 하거나 더위를 피해 쉬는 풍습이 널리 퍼졌다.
삼계탕은 의외로 '오래된 전통'이 아니다
오늘날 복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삼계탕이다. 그러나 삼계탕이 복날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조선시대에는 개장국, 닭백숙, 육개장, 팥죽 등이 지역과 계층에 따라 다양하게 먹혔다. 특히 팥죽은 붉은색이 액운과 질병을 막는다는 민간신앙 때문에 복날 음식으로도 이용됐다. 이후 인삼과 양계산업이 대중화되면서 삼계탕이 대표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
복날에는 다양한 속담도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말은 더위 때문에 작은 움직임조차 힘들 정도라는 뜻이다.
또 "복날에 비가 오면 보은 처녀가 운다"는 속담도 있다. 충북 보은과 청산 지역에서는 대추가 복날마다 꽃을 피운다고 믿었는데, 복날에 비가 오면 대추농사가 흉년이 된다는 데서 비롯된 이야기다. 농경사회에서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를 보여주는 풍속이기도 하다.
복날은 결국 '보양'보다 '생활의 지혜'
전문가들은 복날의 핵심 의미를 특정 음식을 먹는 데만 두지 않는다. 무더위로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충분한 영양과 휴식을 취하고, 계절 변화에 맞춰 몸을 관리하자는 생활의 지혜가 복날 문화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보양식은 삼계탕에서 장어, 추어탕, 오리백숙, 채식 보양식까지 다양해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폭염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2천 년 넘게 이어진 삼복 문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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