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이 일반이적죄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참담한 장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사건이다.
국가를 지켜야 할 최고 권력자가 오히려 국가의 군사적 이익을 해치는 행위에 가담했다는 사법부의 판단은 국민에게 깊은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작전을 추진했으며, 그 목적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명분 조성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과정에서 군사 기밀이 유출돼 국가의 군사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보았다.
일반이적죄는 국가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처벌하는 중대 범죄다. 형법상 외환죄에 해당하는 이 죄목은 국가 존립과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그만큼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조직이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특정 권력자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관계대로라면, 군사 작전이 국가 안보가 아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추진됐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문민통제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된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행위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은폐되거나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안보는 권력 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가치다. 국가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흔들리고,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물론 이번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으며 최종 결론은 사법 절차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모든 피고인은 최종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적법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분명하다. 대통령이라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국가 권력이라도 헌법과 법률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힘은 권력의 강함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견제와 책임에 있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며 발전해 왔다. 이번 사건 역시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를 넘어 국가 권력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섰을 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될 것이다.
헌정사는 권력자의 영광보다 권력 남용에 대한 교훈을 더 오래 기억한다. 이번 판결이 사실상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의미는 국가보다 높은 권력은 없으며, 헌법보다 우선하는 권력 또한 없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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