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새벽 20대 총선에서 수억원대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인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세계뉴스 |
[서울=세계뉴스] 전승원 기자 = 공천 헌금 의혹을 받는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인(전남 영암·무안·신안)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분수령을 맞았다.
9일 정치권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강정석 부장검사)는 이번주 중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4·13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채 안된 시점에 검찰이 영장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당선인 중 첫 영장 청구 사례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내사를 통해 수뢰 정황을 포착한 후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는 '기반 다지기'를 하면서 박 당선인을 직접 겨냥해 들어가는 수순을 밟았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박 당선인의 전남 무안 남악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선거 관련 서류, 일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을 통해 이번 사건이 대대적으로 외부에 알려졌다. 이전까지는 수사 중인 정황이 전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수사의 밀행성과 보안 유지가 잘 됐다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
같은 날 박 당선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신민당 시절 전 사무총장 김모(64)씨도 체포해 조사한 끝에 결국 구속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구속된 김씨 등을 조사하면서 박 당선인의 혐의 입증을 위한 핵심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4·13 총선 선거운동 중 선거법을 위반해 자금을 지출한 단서를 잡고 박 당선인 회계책임자 김모(51)씨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했다.
핵심 인물들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박 당선인 쪽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선거사무실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공천 헌금 전달에 관여한 혐의로 사무실 직원 최모(53)씨를 구속했다. 또 불법 선거자금 지급과 관련해 정모(58)씨까지 구속했다.
주변인 수사를 일단락한 검찰의 칼끝은 박 당선인과 부인 최씨에게로 향했다.
검찰은 박 당선인을 이달 2일, 부인 최씨를 지난달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박 당선인 측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판단에 따라 박 당선인 부부를 재소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와 같은 발언은 다소 이례적으로 혐의 입증을 자신할 만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게 아니냐는 얘기로 해석된다.
수사가 속도를 낸 것은 20대 국회 개원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면책특권이 있다. 현역 의원을 구속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회기가 시작되는 이달 30일 전에는 박 당선인 신병 처리가 마무리돼야 국회 체포동의안 접수 등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검찰은 이미 상당한 혐의 입증 자료를 확보했고, 시간을 허비할 경우 신병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소환 없이 곧바로 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불법 선거사범 수사에 대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 등 법무·검찰 지휘부의 의지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 장관과 김 총장은 불법 선거사범의 경우 당선 여하를 막론해 엄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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