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민의견서, 조합설립인가 동의서로 볼 수 없다"
지주들 "의견서 반려하고, 즉시 증빙자료 제출요구 취소하라"
[서울=세계뉴스 전승원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4가 재개발 시행방식을 놓고 영등포구청의 행정처리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이하 도정법)의 경우 크게 조합을 설립해 추진하는 방식과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사업시행자가 돼 추진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먼저 조합방식은 토지등소유자 수와 토지면적 비율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해야 한다. 또 토지등소유자방식의 경우 토지면적규정을 따로 두지 않기 때문에 면적 비율에 제한 없이 토지등소유자 동의만으로 사업시행인가까지 가능하다.
때문에 조합방식이 정기, 임시 총회 등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인가 후 여러 시행단계를 거치는 반면, 이에 반해 토지등소유자방식은 말 그대로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이 사업시행계획서에 동의만 하면 곧바로 사업이 진행된다.
문래4가의 재개발사업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심에는 영등포구가 '신분증사본'이 빠진 주민의견서를 접수한 게 발단이다.
구는 지난 4월 28일 조합설립추진위원회(대표자 신길철)가 접수한 의견서에 신분증사본이 빠져 있었는데 두달이 지나서 작성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겠다며 7월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안내문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와 신분증사본’을 8월 23일까지 제출하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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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서울시 '문래4가 사업시행인가 동의 방법 관련' 민원회신. 영등포구가 문래4가 재개발사업에 지난 4월 접수된 의견서의 작성 진위여부를 묻겠다며 ‘신분증사본과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보내 말썽을 빚고 있다. 실정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영등포구는 오는 23일 신분증사본 회신의 접수 상황을 지켜 본 뒤, 사업시행인가 적정성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 세계뉴스 |
앞서 문래동4가도시환경정비사업지주협의회(회장 이화용, 이하 지주협)는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사업시행계획서를 받아 지난 2010년 10월 25일 영등포구청 지적과에 지주협의회 등기 등록을 마치고 공식 출범했다.
지주협은 문래동4가 산업부지 35,000평에 아파트 1114세대와 부대시설인 수영장과 공원 등을 조성하는 재개발을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영등포구청의 신분증사본 요청은 선행절차의 행정이라는 설명에도 주민들은 가정통신 안내문으로서 역할이면 다행이지만,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와 신분증사본’을 제출하라는 건 결국 직간접으로 특혜와 편의를 제공하는 사실상 신분증사본을 받아내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영등포구가 도정법 제17조 규정을 준용한다고 밝혔으면서 ‘신분증사본’ 제출은 의견서 작성의 확인을 위한 절차라는 해명에만 그쳐 의문을 불러오고 있다.
국토부는 ‘문래동4가 도시환경사업 지주협의회, 조합설립인가 동의 방법관련’의 절차를 묻는 민원회신에서 “도정법이 정한 제26조 제1항과 제16조 제1항에서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동의서에 동의를 받는 방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므로, 주민의견서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조합설립인가 동의서로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니까 어떠한 형식의 제출이던 간에 법령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것은 (사업시행인가는) 의미가 없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도시환경정비사업 제17조(토지등소유자의 동의방법 등)는 서면동의서에 토지등소유자의 지장(指章)을 날인하고 자필로 서명하는 서면동의의 방법으로 하며, 주민등록증, 여권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신분증사본’은 우선 제출날짜가 명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분증사본’이 제출됨으로 이를 사용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임의로 첨부하여 사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만큼 "증빙자료(신분증명서 사본 등) 제출 요구는 즉시 취소해야 한다"는 반대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상구 도시계획과 공공관리팀장은 “도정법이 정한 제17조에 근거해 주민의견서의 ‘개인정보 동의서와 신분증사본’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토지등소유자들의 의견서 작성의 진위를 23일까지 파악한 후, 사업시행인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토지등소유자는 “영등포구청이 제17조를 운운하는데 안 될 말이다. 법령을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는 도정법의 규정을 어겨가며 특혜를 주려는 구청이 에둘러 제17조를 준용한다면서도 의견서에 미제출 된 신분증사본을 대신 받아주겠다는 게 공무원이 할 행동이냐”며 “제17조는 동의서와 신분증사본을 반드시 첨부하도록 명시한 강제 조항인 만큼 어느 누구도 이를 달리 작위해석 할 방법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토지등소유자는 “애초에 충족요건을 갖추지 못한 미비서류에 접수를 반려하고 다시 제출할 수 있도록 하면 됐을 일을 공무원이 마치 사업 주체자인 양 서류를 대신 받아 주겠다는 건 대놓고 조합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실정법 위반 검토를 한 후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래4가는 2013. 7. 11. 정비구역 지정 이후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개발방식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구청이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실정법 위반이다. 주민의견서의 진위여부 확인이다. 대립각 중심에 선 영등포구는 오는 23일까지 신분증사본 접수 상황을 지켜보고 사업시행인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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