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 현금 배당부터… 재정 건전성 외면 비판
- 김용범 정책실장 향한 비판 확산… "시장 설득보다 보여주기식 메시지 치중"
- 충분한 국민 토론 없이 성급한 발표… 정부 정책 신뢰 흔들린다는 우려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정치는 메시지로 시작할 수 있지만, 정책은 결국 숫자와 현실로 평가받는다. 최근 논란이 된 국민배당금제는 철학과 상징만 앞세운 채 가장 중요한 재원과 시장 논리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역풍을 자초한 모양새다.
국민배당이라는 발상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다. 국가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존재한다. 저성장과 양극화 시대에 새로운 분배 모델을 고민하자는 문제의식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책은 아이디어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현실적 재원과 지속 가능성, 국민적 공감과 시장 설득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경제 구조에서 국가 이익은 결국 기업 활동과 시장 성장 속에서 만들어진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을 확대해야 세수가 늘고 국가 재정도 돌아간다. 그런데 이번 정책은 설명 부족 속에 마치 정부가 기업 성과를 행정적으로 재분배하거나 통제하려는 것처럼 비치며 시장의 불안감부터 키웠다. “기업이 돈 벌면 정부가 나눠주겠다는 것이냐”, “시장경제 원리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민에게 일정 부분 환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국가부채 문제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혔다면 우선 국가채무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쓰는 것이 순서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화와 복지 지출 증가로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국가채무 우려도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초과세수를 현금성 배당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결국 포퓰리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을 더 걷었으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국가 재정은 단순히 남는 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는 영역이다.
여기서 정부는 왜 김용범 정책실장이 비판받는지부터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정책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과 국민이 느끼는 핵심 불만은 “충분히 검토된 정책인가”보다 “멋있는 담론부터 던진 것 아니냐”는 데 있다. 국민적 이해와 사회적 토론, 경제적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기도 전에 시대를 선도하는 거대한 정책인 것처럼 성급하게 발표하면서 정책의 실체보다 정치적 연출이 먼저 보였다는 것이다.
경제 정책은 선언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시장을 설득해야 하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하며, 숫자로 증명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정교한 설계보다 상징성과 화제성에 치우친 인상을 남겼다. 결국 “개멋 부리다 발등 찍힌 꼴”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여주기식 메시지는 순간 박수를 받을 수는 있어도, 준비되지 않은 정책은 곧바로 신뢰 하락으로 돌아온다.
특히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국정 운영과 정책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함께 질 수밖에 없다. 정책 하나를 던질 때마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국민이 어떤 부담을 느낄지,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남길지를 끝까지 고민해야 한다. 거대한 담론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설계와 현실 가능한 재정 운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멋있어 보이는 정책’이 아니다. 냉정한 재원 검증과 국가부채 관리, 시장 신뢰 회복, 그리고 충분한 국민적 토론이다. 정책은 이벤트가 아니라 책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부터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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