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생명이다. 특히 형사사법체계와 같은 국가의 근간을 바꾸는 검찰개혁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최종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국민들은 또 한 번 혼란에 빠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정 부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형사사법 절차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 역시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 국회 논의를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정부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기본 입장이었다고 선언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어졌던 논의들은 무엇이었고,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수개월 동안 검토한 내용들은 무엇이었는가.
정책이 바뀔 수는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방향을 수정하는 것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설명 없는 번복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정책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채 어제의 현실론이 오늘의 원칙론으로 둔갑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발표 시점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검찰개혁 문제가 당권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자 정부가 서둘러 입장을 정리한 모양새가 됐다. 검찰개혁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국민을 위한 제도 설계가 아니라 당내 권력 경쟁의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국회에 공을 넘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묻는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난 수개월 동안 운영해 온 검찰개혁추진단은 무엇을 위해 존재했는가. 정부안을 만들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 결국 정부안을 내놓지 못한 채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정책 결정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개혁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매우 복잡하고 중대한 국가 과제다. 따라서 더욱 신중해야 하고, 더욱 일관되어야 하며, 더욱 투명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검찰개혁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어떤 원칙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오늘은 이것이 정부 방침이라더니 내일은 국회 결정 사항이라고 말하고, 얼마 뒤에는 다시 다른 설명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국정 운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정책 실패가 아니다. 정책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다. 신뢰를 잃은 정부는 어떤 개혁도 추진할 수 없다. 개혁의 성공 여부는 법률 조문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 위에서 결정된다.
검찰개혁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정치적 유불리와 당권 경쟁의 계산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 왜 입장이 바뀌었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원칙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정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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