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뉴스 = 박근종 칼럼니스트]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으로 1%대로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2024년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추정치(2.0%)보다 0.1%포인트 하향된 수치로, 충격이 적지 않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률이다. 생산 요소인 노동·자본·기술의 총합으로 결정되는 이 수치는 한 국가의 경제 체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문제는 하락 속도다.
한국은 1990년대 8%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이 2008년 4%로 떨어졌고, 올해는 2%선마저 무너졌다. KDI는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0년대엔 0%대로 진입하고, 2050년에는 –0.1%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의 기반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OECD 38개국 가운데 노동 생산성 순위는 33위. 미국의 77.9달러에 비해 한국은 시간당 44.4달러에 불과하다. 독일(68.1달러)과 비교해도 격차는 크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경직된 노동시장, 비효율적인 규제가 그 원인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구조개혁은 구호에 그쳤고, 정치권의 이해관계 속에 개혁은 번번이 좌절돼 왔다.
외환위기 시절처럼 외부의 강제가 없이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조차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 지난 수십 년간의 현실이다. 말뿐인 노동개혁, 땜질식 연금 대책, 형식적 교육개혁이 반복됐고, 그 결과 한국은 저출산·고령화에 속절없이 노출된 채 잠재성장률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은 다르다. 미국은 기술 혁신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다시 2%대 중반으로 끌어올렸다. OECD 전망에서조차 미국(2.1%)이 한국(1.9%)을 앞섰고, 머지않아 영국(1.2%), 프랑스(1.0%) 등 주요 선진국에도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한국은 이런 현실을 지켜만 볼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잠재성장률 3% 회복’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AI·첨단 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매우 반가운 방향이지만, 재정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개혁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규제 혁파, 고령화 대응, 교육개혁 및 고급 인재 육성 등 이 모든 것을 포괄한 전방위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반등은 어렵다.
지금은 산업·인구·노동 등 전 분야에 걸쳐 총체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저성장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의 위기에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단기 부양에는 효과가 있지만, 잠재성장률 회복이라는 근본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특히,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정권 초반, 아직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이다.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개혁을 미루는 순간, 늪은 더 깊어진다. 정권 말기나 다음 정부로 넘길 수 없는, 대한민국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더 늦기 전에,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지금 구조개혁의 칼을 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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