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박근종 칼럼니스트]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면서 100일 넘게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중동 위기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해상 봉쇄 해제는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국제유가도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종전이 곧 위기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전쟁은 한국 경제의 취약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수입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상당수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단 하나의 해협이 막히자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환율이 동시에 흔들렸다. 특정 지역과 특정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한 공급망 구조의 위험성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설령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도 에너지 안보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전쟁 기간 고가에 계약된 원유와 LNG 물량이 순차적으로 국내 시장에 반영될 예정이고, 정유시설 복구와 물류망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고물가와 고환율 압력이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국제 질서의 변화다. 이번 전쟁은 미국의 거래적 동맹 전략과 중동 세력 재편 가능성을 보여줬다. 동맹이 영원한 안전판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한국은 국익 중심의 외교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공급망과 첨단산업, 에너지 안보를 외교 전략과 연계하는 국가적 접근이 요구된다.
정부 역시 종전의 안도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 확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에너지 믹스 구축,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확대 등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중동 재건 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종전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경제와 외교·안보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할 출발점이다.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보다 위기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전쟁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분명하다. 국가 생존의 핵심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략적 국가 역량에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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