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정의선·구광모 등 총출동…인도 조선소 건립·중형 조선소 투자 검토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인도 양국이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전담 데스크’ 상호 설치에 합의하고, 조선·AI(인공지능)·반도체·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축으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나선다.
인도 정부가 총리실을 컨트롤타워로 하는 ‘한국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 애로 해소를 위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양국 경제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며 이 같은 정상회담 결과를 전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소인수 회담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 애로사항, 즉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인도 총리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한국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한국 측에도 상응하는 조직 구성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의 청와대에도 인도 경제협력 전담반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디 총리는 “조만간 ‘한국기업 주간’을 갖고 한국 기업인들을 모두 초대해 인도 진출에 대한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해법을 찾겠다”고도 약속했다.
모디 총리는 양국 경제협력의 중점 분야로 조선업, AI, 반도체, 청정에너지를 지목하며 “향후 10년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의 스케일과 한국의 스피드가 결합하길 희망한다”며 대규모 내수시장과 제조·기술 경쟁력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에 기대를 나타냈다.
이날 총리 주최 국빈 오찬에는 이 대통령과 함께 인도를 찾은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석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 실장은 “당초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한-인도 경제인 대화를 비즈니스 포럼 직전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모디 총리가 양국 정상이 경제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하자고 제안했다”며 “정부 인사들 간의 외교 행사인 국빈 오찬에 기업인들을 초대한, 형식을 파괴한 매우 이례적인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찬에서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은 현지기업이 되겠다는 자세로 인도에 진출했다”며 “앞으로 첨단제품 생산과 혁신 연구개발(R&D)을 인도 현지에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2028년 말 인도에서 종합 R&D 센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번 달 현지 제3공장 준공식에 모디 총리를 초청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지원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오늘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밝은 미래가 기대되고 어떤 지정학적 도전이라도 타파 가능하다고 느꼈다”며 “현대차, LG 가전, 삼성폰은 인도인들이 모두 알고 있고 포스코와 효성도 인도인들이 모두 잘 아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HD현대의 조선, 삼성의 디스플레이, 네이버의 디지털, 크래프톤의 게임, GS의 청정 에너지 등을 언급하며 “양국은 앞으로 더욱 미래 지향적인 파트너십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는 “지난 10년간 인도는 완전히 탈바꿈했다”며 “인도는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방산, 우주, 원자력 분야도 민간에 개방하고 있으며 앞으로 청정에너지, 원자력, 반도체 등 미래 분야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겨냥해 인도의 개방성과 정책 인센티브를 전면에 내세운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소년공 출신 경력과 ‘짜이 왈라(홍차 판매상)’ 출신인 모디 총리의 성장 배경을 언급하며 “공통된 삶의 궤적을 갖고 있다”고 말해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역사적 인연과 경제협력이 철강, 조선 등 기반 산업뿐 아니라 소비재와 문화 콘텐츠까지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기업의 노력이 실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배워 파트너십을 더욱 과감하게 넓히고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응수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에너지 자원 안보 공동성명, 대한민국-인도 조선·해운·해양물류 분야 파트너십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 전략 비전, 지속가능성 분야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 등도 채택했다.
에너지 안보 공동성명에는 나프타 및 기타 석유 제품의 개방적 무역 유지를 위한 양국의 노력, 에너지 가치사슬 전반에서의 협력, 상호 간 안정적·안전·신뢰 가능한 에너지 자원 공급 유지, 액화천연가스(LNG) 소비국 간 긴밀한 공조 모색 등이 담겼다. 조선·해운·해양물류 협력 프레임워크에는 인도 내 조선소 구축, 조선소 현대화, 인적 자원 개발, 기술 파트너십 등 조선 분야 전반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국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인도의 조선 시설 건설 지원, 선박 발주 수요 보장, 선박 생산 보조금 지급 등 정책적 지원을 결합해 우리 기업이 인도 조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세계적 수준인 인도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역량과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제조 경쟁력이 결합되면 양국은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조선 분야 협력은 양국 산업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조선소 건립 추진 MOU 체결을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한-인도 양국은 제도적 장치인 ‘전담 데스크’와 고위급 정치적 의지를 결합해,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과 인도의 산업 현대화를 동시에 겨냥한 실질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에너지·디지털·제조업 전반에 걸친 대형 프로젝트들이 가시화될 경우,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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