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다. 이제 행정의 시간이다.
정창수 강북구청장 당선인 앞에는 재개발·재건축, 지역경제 활성화, 복지 확대 등 적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러나 강북구민이 새 구청장에게 가장 먼저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사업이나 화려한 공약 이행이 아니다.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강북구청 조직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행정의 신뢰는 정책보다 조직에서 시작된다.
정 당선인이 직시해야 할 것은 강북구청 조직이 오랜 기간 경직된 운영 구조 속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공직사회는 원칙과 책임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만, 그동안 조직 내부에서는 자율성과 전문성보다 인사권자의 의중이 우선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적극 행정도, 책임 행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 당선인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변화가 아니다. 조직이 주민을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행정의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구정 혁신의 출발점이다.
최근 불거진 인사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퇴임을 앞둔 시점에 직원들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 행위다. 새 구청장이 행사해야 할 권한의 영역까지 떠나는 권력이 미리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 권력의 품격은 사람을 남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내려놓는 데 있다.
강북구 행정을 둘러싼 논란은 인사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이동 종교시설 건축 논란 역시 행정의 공정성과 검증 기능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안이다. 현 구청장의 배우자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와 관련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사업 추진 과정은 구의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행정은 법적 요건 충족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공성과 주민 수용성,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삼양동 자치회관 문화강좌 수강료 논란 역시 행정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다. 주민이 납부한 수강료 관리에 비공식 조직이 개입하고 공금 유용 의혹까지 제기됐다면 이는 결코 정상적인 행정이라 보기 어렵다. 공조직의 책임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사실관계 규명은 물론 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정 당선인은 오랫동안 예산 전문가로 활동하며 정부와 공공기관의 재정을 분석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비판자가 아니라 결정권자다. 예산을 평가하는 것과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다르다. 행정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이다.
특히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강북구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모든 사업에 예산을 나누는 방식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무엇이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강북구의 변화는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공정한 인사, 투명한 행정, 책임 있는 조직 운영을 통해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강북구청이 바로 서야 강북구도 바로 설 수 있다. 정창수 당선인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개발이 아니라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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