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에 무임수송 더 못 버틴다"…서울교통공사, 무임손실 5761억 국비 첫 공식 요청

차성민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4-16 10:16:39

-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전국 6개 공사 당기순손실 절반 이상 차지 재정 부담
- 코레일은 9년간 무임손실 74.3% 국비 보전…도시철도법·노인복지법 등 개정안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급증하는 무임수송 손실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5,761억 원 규모의 국비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공문을 통해 구체적인 정부 보전 금액을 명시해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기획예산처,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부에 공문을 보내 도시철도 무임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를 법제화하고, 관련 재정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65세 이상 국민은 거주지나 소득, 시간에 관계없이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으나, 초고령화라는 구조적 인구 변화로 더 이상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위기 인식이 담겼다.

공사는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도시철도법 개정안 등 관련 법제화가 지연될 경우, 지난해 기준 전국 도시철도 무임손실액을 토대로 산정한 5,761억 원을 국비로 우선 보전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금액은 2023년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무임손실 7,754억 원의 74.3%에 해당한다.

코레일 공익서비스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금.

서울교통공사가 제시한 74.3%는 코레일이 지난 9년간 정부로부터 보전받은 법정 무임승차 공익서비스 비용(PSO) 평균 보전율과 같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코레일은 무임수송 비용에 대해 정부로부터 매년 60~80%대 보전을 받아 왔지만, 동일한 노선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철도 공사들은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신도림역이다. 이 역에서 무임승차 이용객이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 개찰구를 통과하면 해당 손실은 정부가 코레일에 보전해 준다. 그러나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서울교통공사 관할 2호선 개찰구를 이용할 경우, 동일한 무임승차 손실을 서울교통공사가 전액 떠안는 구조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4월 대통령 지시로 70세 이상 고령자 50% 할인으로 시작됐고, 1984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65세 이상 100% 할인 제도로 정착했다. 당시 4% 수준이던 고령화율은 2025년 21.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통계청은 2030년 25.3%, 2040년 34.3%, 2050년 40.1%로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본다. 고령 인구 급증과 함께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수송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의 당기순손실 1조 4,875억 원 가운데 7,754억 원(52.1%)이 무임수송 손실이었다. 이 중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손실은 4,488억 원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서울교통공사의 재무지표도 악화일로다. 공사 자료에 따르면 연간 무임수송 손실은 2020년 2,643억 원에서 2021년 2,784억 원, 2022년 3,152억 원, 2023년 3,663억 원, 2024년 4,135억 원, 2025년 4,488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020년 1조 1,137억 원, 2021년 9,644억 원, 2022년 6,420억 원, 2023년 5,173억 원, 2024년 7,241억 원, 2025년 8,268억 원으로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다. 누적 적자는 2020년 16조 684억 원에서 2025년 19조 7,490억 원으로 늘어나고, 부채도 6조 2,535억 원에서 7조 7,564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철도 6개 운영기관은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한 2005년부터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국비 지원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무임수송 제도가 지방자치제 도입 이전 대통령 지시와 중앙정부 제정 법령에 근거해 시작된 만큼, 제도의 원인 제공자인 국가가 재정 부담을 함께 져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교통공사 연간 무임수송 손실액.

현재 국회에는 도시철도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무임수송 비용에 대한 국비 부담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지자체·운영기관 등 이해 당사자 간 보상계약을 통해 재원 분담 구조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영국, 프랑스, 홍콩,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도시철도 무임승차에 100% 할인 의무를 두지 않고, 손실분을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비 지원 요구는 법 개정 차원을 넘어 소송전으로도 번졌다. 지난 15일 서울교통공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37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 소송은 국가유공자 무임승차 비용 보전을 둘러싼 분쟁이다. 공사는 그동안 보훈보상자법 등에 근거해 국가보훈부에 수차례 보조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국가보훈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지급을 거부했다며 지난해 7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유공자에게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국가가 수송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 제공하는 자에게 예산 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조항을 근거로 “국가의 의무를 타인에게 대신 행사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당한 보상이 되도록 국가가 법령을 만드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 법령에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국가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되, 예산이 불가피하게 부족할 경우에 한해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국가는 예산을 편성할 의사도 없이 법령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전국 버스조합과 코레일·SR에는 국가유공자 무임승차 비용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도시철도에 대한 차별 지원 논란도 제기된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은 “무임 수송 제도는 어르신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 건강증진과 경제활동 촉진, 건강보험료 절감 등 사회적 편익이 높은 복지제도로 알려져 있으며 그 혜택은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며 “제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과 국비 지원에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 관심과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초고령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도시철도 무임수송 제도의 유지와 재원 부담을 둘러싼 논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첫 공식 국비 요구와 법정 공방이 향후 국회 입법과 정부 재정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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