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 구하는 원유" 2억7천300만 배럴 확보…호르무즈 봉쇄 리스크 뚫었다
정서영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4-15 15:30:15
- 카자흐·오만·사우디·카타르 연쇄 방문 공급선·우회 인프라 논의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 4개국을 다녀온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올해 말까지 사용할 원유와 나프타 물량을 대규모로 확보했다고 15일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봉쇄와 무관한 대체 공급선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올해 말까지 원유 2억7천300만 배럴 도입을 확정했다”며 “작년 기준으로 별도 비상조치 없이 경제가 정상 운영되는 상황에서 석 달 이상 쓸 수 있는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프타도 연말까지 최대 210만 톤을 추가로 확보했다”며 “이는 작년 기준으로 한 달 치 수입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확보한 원유와 나프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무관한 대체 공급선에서 도입될 예정”이라며 “국내 수급 안정화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긴장 고조로 현지에서 ‘현금이 있어도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언급하면서도 “(원유 도입 가격은) 시장가격을 베이스로 논의했다”고 했다.
강 비서실장의 이번 순방 국가는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4개국이다. 첫 방문지인 카자흐스탄에서는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을 예방해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에너지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후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원유 1천800만 배럴을 확보했다.
강 비서실장은 “중동전쟁 이후 여러 나라에서 특사가 오고 있으나 대통령 예방이 성사된 특사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현지 고위 관계자의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오만에서는 왕위 계승서열 1위이자 하이삼 빈 타리크 알 사이드 술탄의 장남인 디아진 빈 하이삼 알사이드 경제부총리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한 항행을 요청했다. 강 비서실장은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만 고위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연말까지 원유 약 5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160만 톤에 대한 공급 약속을 끌어냈다.
강 비서실장은 “오만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라며 “작년 도입물량(45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외교부 장관, 에너지 장관 등 핵심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했다. 강 비서실장에 따르면 사우디 측은 “대한민국이 원유와 나프타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한국에 (물자를) 최우선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원유는 4∼5월 홍해의 대체 항만을 통해 5천만 배럴을 받는 것을 포함해 연말까지 총 2억 배럴을 도입하기로 했다. 나프타 역시 한국이 요청한 50만 톤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카타르는 애초 순방 일정에 없었지만, 지난 8일 새벽 미국과 이란 간 ‘2주간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긴급 방문이 추진됐다. 강 비서실장은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는 대로 한국과 체결한 LNG 수출 계약이 차질 없이 이행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타밈 국왕은 한국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답하며 “한국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카타르는 전쟁 여파로 한국 등과 맺은 LNG 수출 계약의 일부 이행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브리핑에 동석한 윤성혁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이에 대해 “이행 불가를 선언한 분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계약분에 대한 도입을 약속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순방 과정에서 사우디, 오만 등 산유국들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외부 석유저장시설 구축, 우회 송유관 등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중동 산유국들은 우리나라의 원유저장시설을 활용하는 공동 비축사업 확대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원유 도입의 ‘반대급부’로 방위산업 협력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강 비서실장은 “무리한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이번 순방을 통해 단기 수급 안정뿐 아니라 중장기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안보 리스크 분산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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