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헌절, 헌법 정신이 살아 있는 나라를 위하여

김광중 기자

bhiwin2008@naver.com | 2026-07-17 08:21:25

[세계뉴스 = 김광중 기자] 오늘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공포된 제78주년 제헌절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올해 제헌절이 2008년 공휴일 제외 이후 18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첫 제헌절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세운 날이 비로소 국경일에 걸맞은 위상을 되찾은 셈이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선언으로 출발했다. 이는 단순한 국가 형태의 규정이 아니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권력은 국민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는 헌정 질서의 출발점이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 규범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 권력의 한계를 정한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재산권 보장, 적법절차 원칙과 평등권은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가치들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헌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국민의 권리와 소수의 자유가 함께 보호될 때 비로소 건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헌법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정치권은 국민 통합보다 진영 대결에 몰두하고, 정책 논쟁보다 정쟁이 앞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법과 원칙은 때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해석되고, 국민은 피로감과 불신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국가 안보와 경제, 사회 갈등 등 중대한 현안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주권과 법치주의,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의 기본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국정 최고 책임자와 국무위원들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누구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 앞에서는 엄정한 책임론이 강조되면서도 국가의 존립과 안보, 헌정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헌법 정신은 특정 사안에만 적용되는 선택적 가치가 아니라 국가 운영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할 기준이기 때문이다.

제헌절이 다시 공휴일이 된 것은 단순히 하루를 더 쉬자는 의미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를 되새기자는 사회적 약속이다. 헌법은 법조문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권위주의와 민주화, 갈등과 화해, 위기와 극복의 역사를 거치며 국민은 헌법의 가치를 지켜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역시 수많은 국민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다.

제헌절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날이다. 헌법 위에 설 수 있는 권력은 없으며, 헌법을 떠난 민주주의도 존재할 수 없다.

18년 만에 공휴일로 돌아온 제헌절.

오늘만큼은 헌법 책에 담긴 문장들을 넘어 자유와 인권, 법치와 민주주의라는 헌법 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함께 돌아보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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