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입법 이렇게 느려선 안 된다" 여당에 속도전 압박

정서영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2-10 14:21:15

- 과반 여당 두고 "국제 환경 급변, 현 속도로는 대응 어렵다" 재차 지적
- '대미 투자 특별법' 지연·당청 엇박자 속 여당 지도부 향한 경고성 해석
이재명 대통령.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지연을 다시 공개 거론하며 ‘속도전’을 거듭 주문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있음에도 정부 핵심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 처리가 더디다는 점을 정면으로 짚으면서, 정치권에선 여당 지도부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현재의 입법 추진 속도로는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국회를 상대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다”면서도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국내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통상 협상 대응과 규제 혁신,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기반 마련에 입법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대외 관계에서는 더욱 일치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에 대응하는 법·제도 정비에 여야가 속도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선 이번 발언의 배경으로 ‘대미 투자 특별법’ 처리 지연을 우선 거론한다.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점이 맞물려서다. 입법 공백이 통상 협상력과 외교 지렛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국회를 향한 공개 메시지는 최근 들어 수위가 뚜렷이 높아지는 흐름이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선 “국회 일정이 지체돼 업무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고, 2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입법 처리 속도를 두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번 발언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연속된 ‘입법 속도전’ 압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번 발언이 특정 법안이나 사안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입법 협조를 요청한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처리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국회가 속도를 맞춰 달라는 일반적 당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선 이를 액면 그대로만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당 지도부 운영을 둘러싼 부담과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노골적으로 제기된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 검찰 보완 수사권 조정, 2차 특검 추천 등을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분출하고, 당·청 간 조율 과정에서도 삐걱거리는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정 간 보조가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속도전을 주문한 만큼, 여당 지도부를 향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국회뿐 아니라 정부 부처를 향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시급한 법안의 필요성을 국회에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에 나서야 한다”며 장관들이 직접 뛰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거 노동부 장관에게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국회에 입법 협조를 요청하라고 했던 사례를 들며, “필요한 법안 처리를 앞당기기 위해 부처가 선제적으로 움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여당이 대통령의 속도전 주문에 어떻게 호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미 투자 특별법’을 포함해 통상·규제·산업 구조 전환 관련 핵심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이견을 정리하고 대통령의 요구에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외 통상 환경 악화와 국내 개혁 과제가 동시에 압박하는 가운데, 향후 당정 간 조율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여권 내부 갈등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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