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ICC 체포영장 언급 등 강경 대응과 국제사회 비판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억류됐던 가자지구 구호선단의 한국인 활동가 2명이 현지에서 석방돼 22일 귀국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까지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압박한 직후 이스라엘 당국이 신속히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측이 우리 국민을 즉시 석방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국제 인권 문제를 비롯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원칙 있고 책임 있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관련국들과의 외교적 소통도 긴밀하게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번 사안으로 한·이스라엘 관계가 영향받지 않고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문제의 발단은 이달 18일과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8일 한국인 활동가 김동현 씨가, 20일에는 김아현(활동명 해초) 씨와 한국계 미국인 조너선 빅토르 리(활동명 승준)가 탑승한 가자행 구호 선박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되면서 이들이 억류됐다. 이 가운데 김아현 씨는 지난해 10월에도 가자행 배에 올랐다가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풀려난 전력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들의 체포 사실이 알려진 뒤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원봉사 가겠다는 제3국 선박을 나포하고 체포해서 감금했다는데 이게 타당한 일이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ICC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거론하며 “우리도 (영장 발부를) 판단해 보자”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 발언에 대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수십 명의 국제 활동가 가운데 구금 시설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풀려난 이들은 총 4명이며, 이 중 2명이 한국 국적자다.
외교부 당국자는 “나포 전부터 이스라엘을 비롯해 (활동가들의) 출발지로 예상되는 튀르키예, 이탈리아 등 관계 당국과 우리 국민의 가자행 가능성을 전달하고 안전 문제를 수차례 당부했다”며 “이스라엘 측도 우리의 요청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 시간 만에 아주 특별하게 바로 추방해서 출국시키는 조치들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사전 경고와 석방 요청이 이례적으로 빠른 귀국 조치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다만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인 김아현 씨는 귀국 이후 국내법상 처벌 가능성에 직면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김 씨가 여권 무효화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소송 진행 상황을 보면서 여권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주의 활동을 명분으로 한 반복적인 가자행 시도와 정부의 여권 제한 조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인 만큼 향후 법적·정책적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 사안에서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급속히 고조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체포된 활동가들의 머리를 밀치고 무릎을 꿇게 하는 등 조롱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영상이 확산되자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항의했고,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이스라엘 외교관을 초치해 공식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내고 “(구호선을) 막을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이 활동가들을 대하고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가자 봉쇄를 둘러싼 안보 논리는 유지하되, 과도한 물리력 행사와 조롱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 한국인 활동가 석방은 가자전쟁을 둘러싼 국제 인권 논란 속에서 한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와 인권 원칙을 동시에 내세우며 이스라엘을 압박한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관련국과의 외교 채널을 활용해 유사 상황에서 자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 있는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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