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159명 가운데 157명이 찬성했고, 반대 1표, 무효 1표였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을 떠났지만 일부 의원은 표결에 참여했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이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이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5·18을 '소요 사태'로 규정하는 발언 등이 나왔고, 5·18 관련 단체들은 역사 왜곡과 폄훼라며 반발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역사에 대한 토론과 비판적 문제 제기 자체를 막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모든 주장이 똑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가폭력과 희생, 민주주의의 가치가 얽힌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객관적 사실과 사회적 합의를 외면한다면 단순한 '다른 역사관'이라는 말로 넘기기 어렵다.
더욱이 이 의원은 일반 시민이 아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에 들어온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에게는 법률을 만들고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권한과 함께 국민의 대표로서 품위를 지켜야 할 책임이 따른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그 표현의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단순히 개인의 역사 인식에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회 공간에서 특정 역사관을 내세운 토론회를 직접 주최했고, 그 자리에서 5·18을 '소요'로 규정하는 발언 등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회라는 상징적 공간과 의원이라는 공적 지위가 결합되면서 논란의 파장이 커진 이유다.
이 의원은 행사 취지에 대해 5·18을 특정 진영의 소유물로 만들어서는 안 되며 학술적 접근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재조명'과 '사실의 부정 또는 왜곡'은 구별돼야 한다.
역사적 사실을 검증하고 새로운 자료를 토대로 기존 해석을 수정하는 것은 학문과 민주주의의 영역이다. 반면 이미 확인된 사실을 근거 없이 뒤집거나 국가폭력의 책임과 희생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방식이라면 이는 학술적 토론의 범주를 넘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행태가 국회의원이라는 공적 지위와 결합될 때다. 국민은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개인적 신념만을 표현하라고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지키고 국민 전체를 대표하며 국가의 미래를 책임 있게 논의하라고 권한을 위임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믿는 역사'를 주장하는 용기만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는 책임감과 절제도 필요하다.
특히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이미 법률과 국가 차원의 기념사업 등을 통해 그 역사적 의미가 확립돼 온 사건이다. 그런 만큼 정치인이 이를 다룰 때에는 더욱 엄격한 사실 확인과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인본주의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중심에 두는 사고다. 민주주의 역시 인간의 존엄과 자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수많은 시민의 희생과 국가폭력의 역사를 다루면서 그 고통을 가볍게 취급하는 태도가 과연 오늘날의 인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부합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 이념과 진영에 따라 역사를 선택적으로 소비해서도 안 된다. 진보든 보수든 역사 앞에서는 사실에 겸손해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역사는 기억하고 불편한 역사는 지우려는 태도는 어느 진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의원 역시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역사관을 주장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특히 국민의 대표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피해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상식과 역사적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 있는 인식이다. 그것이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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