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급 상향 경쟁이 기업 투자·고용 위축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초래 우려 제기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논쟁은 오히려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를 넘어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통신 등 주요 업종 노조가 일제히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른바 ‘성과급 치킨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한 뒤, 이를 계기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둘러싼 기대와 요구가 급속히 높아졌다. 이후 삼성전자 노조가 같은 구조의 성과급 체계를 강하게 요구하며 임단협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고, 이 논쟁이 다시 비(非)반도체 업종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노조 총파업이 예고됐던 21일 0시를 한 시간여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단연 성과급이었다. 노사는 사업 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최대 약 6억 원(세전, 연봉 1억 원 기준)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올해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 부문도 최소 1억6천만 원 수준의 성과급을 확보하게 됐다. 적자 사업부까지 일정 수준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다른 업종 노조의 기대와 요구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급 체계도 세분화됐다. 노사는 성과급을 OPI(성과인센티브)와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으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OPI는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 지표에 따라 책정하고,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정한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는다. 특히 DS 특별경영성과급에는 상한을 두지 않기로 하면서,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경우 천문학적 수준의 보상도 가능해졌다.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40%를 반도체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반도체 부문 각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이 성과급은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해, 임직원의 재산 형성과 동시에 주주로서의 이해관계도 강화하는 구조를 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급 잭팟’ 사례가 다른 업종의 임단협에 직접적인 비교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조선, IT, 통신 등 국가 핵심 산업의 노조들이 잇따라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보장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다. 대기업·수출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성과를 공유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 성과급 상향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기업은 실적이 좋을수록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설비 투자나 신사업 진출, 연구개발(R&D) 등 중장기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신규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를 도입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정규직 중심으로만 고액 성과급이 집중되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그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급 인상 요구가 산업 전반의 임금 격차를 더 벌리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동 사태 등으로 글로벌 경기와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주력 산업이 성과급 경쟁에 매몰될 경우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적 변동성이 큰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호황기에는 고액 성과급이 지급되다가도 불황기에 인건비 조정 압박이 커지며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연동해 달라는 요구는 이미 올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산업계 전반의 공통 의제로 부상했다. ‘성과 공유’라는 명분 아래 노조의 요구 수준이 빠르게 상향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슷한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성과급 기준과 업종별·기업별 현실을 반영한 차등 구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에서 촉발된 ‘성과급 치킨게임’이 한국 산업 경쟁력과 노동시장 구조 전반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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