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동 대응 부실로 두 달 뒤 재수사…실종자 동선 확인할 CCTV마저 삭제돼 수사 난항
- 경찰관 직무유기 혐의 입건…실종사건 종결 절차와 이중 확인 시스템 개선 필요성 제기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제주에서 30대 여성이 장기간 실종된 가운데, 최초 실종 신고를 담당한 경찰관이 실종자의 안전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 처리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실종된 장미란(37) 씨의 통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 지난 5월 최초 실종 신고를 접수한 A 경장과 장 씨 사이에는 통화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 경장이 근무했던 경찰서의 자체 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통화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장 씨의 휴대전화는 지난 5월 13일 오전 1시 30분께 집을 나선 뒤 5월 15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전원이 켜져 있었지만, 5월 17일께부터 꺼진 상태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A 경장은 당시 내부 보고에서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장은 또 "장 씨가 자신의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통화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같은 보고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A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당시 장 씨와 실제로 연락을 했는지, 어떤 경위로 사건 종결 보고가 이뤄졌는지 전반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현행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도 함께 드러냈다. 상급자의 이중 확인 절차 없이 담당 경찰관의 판단만으로 실종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구조 탓에, 실종자의 안전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성인 여성 실종의 경우 범죄 피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다 면밀한 안전 확인이 요구되지만, A 경장은 장 씨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험도를 평가하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 씨 가족 측은 "지난 5월 경찰로부터 '무사하며 개인적인 일로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안심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장 씨는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장 씨와 장기간 연락이 닿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남자친구가 다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 신고는 접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측은 "최초 신고 당시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려주지 말라'는 경찰 기록 때문에 남자친구의 재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장 씨의 친척이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경찰은 뒤늦게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재수사가 시작됐을 때는 이미 실종 후 두 달 이상이 지난 뒤였다.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핵심 단서가 상당수 삭제된 뒤여서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장 씨의 카드 사용 내역, 휴대전화 추가 기록, 병원 이용 등 뚜렷한 생활반응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통신기록 분석과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제주 한림항 주변을 주요 수색 지역으로 특정하고 수색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하루 평균 140여 명을 투입해 한림항 일대를 집중 수색할 계획이다. 헬기와 드론, 체취증거견, 잠수부, 경비정, 연안구조정 등을 동원해 육상과 해상을 동시에 훑는 입체 수색을 진행한다.
실종 당시 장 씨는 긴 생머리에 키 약 158㎝의 마른 체형이었으며, 금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가 실종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초기 대응 과정에서의 판단과 조치가 실종자의 행방 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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