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와대 국가 1급 보안시설이 '관광지'로 남아 있는 나라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1-11 14:40:41

- "법은 살아 있지만, 행정은 죽어 있다. 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는 법치국가가 아니다" 청와대.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대통령실은 지난 12월 29일 0시를 기해 공식적으로 청와대로 복귀했다. 국가 운영의 상징이자 실질적 통치 공간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는 선언이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14일째다. 그러나 그 14일 동안, 국가 1급 보안시설을 다뤄야 할 행정은 무엇을 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여전히 구글과 애플 지도 서비스에서 속살을 드러낸 채 방치돼 있다. 위성사진을 통해 본관, 영빈관, 경호시설의 위치와 구조가 그대로 노출돼 있고, 고해상도 확대를 통해 주요 동선과 배치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복귀한 이후에도 이 참담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대한 집단적 무감각을 보여준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대응 방식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국토교통부에서 조치할 예정”이라며 말을 흐렸다. 보안시설 관리 책임을 다른 부처로 떠넘기는 이 태도야말로 무책임 행정의 교과서다. 청와대가 다시 대통령 집무 공간이 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협의 중’이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는 현실은 국가 시스템이 얼마나 느슨해졌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애플 지도 위성모드에서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한남동 관저, 국무총리 공관, 국가정보원 건물까지 고해상도로 노출된다. 구글 ‘스트리트 뷰’를 이용하면 청와대 본관 내부와 관저 주변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개방 이벤트’로 촬영된 이미지가 대통령 집무실 복귀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국가 최고 권력의 공간이 여전히 관광 기록물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지금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가. ‘국가공간정보 기본법’은 국가보안시설과 군사시설 정보의 공개를 명확히 제한하고 있다. 법은 살아 있지만, 행정은 죽어 있다. 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는 법치국가가 아니다.

더욱 부끄러운 사실은, 민간 기업이 정부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청와대 이전 당시 지도 검색을 차단하고 위성·그래픽 이미지를 선제적으로 가림 처리했다. 안보 상식을 가진 것은 정부가 아니라 포털이었다. 국가의 보안 인식이 민간 기업의 판단보다 뒤처진 현실은 참담함을 넘어 굴욕에 가깝다.

이번 사안은 지도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 이전과 복귀라는 정치적 결정에만 몰두한 나머지, 국가 운영의 기본인 ‘보안’과 ‘책임 행정’을 완전히 망각한 결과다. 건물만 옮기면 국정이 되는 줄 아는 행정, 대통령 일정에만 맞춰 움직이고 시스템은 뒷전인 행정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청와대는 돌아왔다. 그러나 국가의 긴장감, 안보에 대한 최소한의 경각심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이 상태라면, 이는 실무자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무능이다. 국가 최고 보안시설조차 제때 관리하지 못하는 행정이 국민의 안전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지하 벙커는 왜 만들었는지, 지금 정부는 스스로에게 답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곧 조치하겠다”는 공허한 말이 아니다. 즉각적인 전면 차단,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정비다. 그것조차 못 한다면, 청와대로 돌아온 것은 대통령실이 아니라 무책임한 과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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