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검찰개혁 강경론에 제동…"본질과 무관한 선명성 경쟁 안 된다"
정서영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3-16 15:31:23
- 검찰총장·검사 전원 면직 등 쟁점에 "수사·기소 분리와 직접 관련 없어" 선 긋기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을 둘러싼 여권 내 강경 검찰개혁론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법안 세부 설계를 둘러싼 논쟁이 여당 내부에서 수그러들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쟁점 하나하나를 짚으며 “본질과 무관한 선명성 경쟁”을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16일 엑스(X·옛 트위터)에 ‘검찰개혁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기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중수청·공소청법과 관련해 여권 강경파가 제기해온 핵심 수정 요구들을 정면 반박했다. 그동안 우회적으로 방향성만 제시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입법 막판 혼선을 정리하기 위해 사실상 ‘직접 등판’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먼저 공소청 수장의 직함을 ‘검찰총장’에서 ‘공소청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위헌 논란 소지를 남겨 반격할 기회와 명분을 허용할 만큼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굳이 바꿔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상징적 명칭 변경을 위해 불필요한 위헌 시비를 자초할 수 없다는 취지다.
공소청 소속 검사들의 직함을 ‘검사’ 대신 ‘공소관’으로 바꾸자는 요구에 대해서도 “과유불급”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현 검찰청 소속 검사를 전원 면직한 뒤 재임용 심사를 거쳐 공소청 검사로 선발하자는 강경론을 겨냥해 “재임용 기준도 불명확한 마당에 ‘사조직화 주장’ 등 반격할 여지를 만들어 주면서까지 부담을 떠안을 이유도 분명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총장 명칭 변경이나 검사 전원 면직 후 재임용 요구에 대해 “수가·기소 분리(검사의 수사 배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핵심 목표와 무관한 상징·인사 문제로 개혁 동력이 소모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다.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데만 치우친 강경파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 제한도 중요하지만, 경찰 등 수사기관의 사건 덮기에서 범죄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부패 범죄자들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수청·공소청법이 ‘검사의 수사기관 통제’에만 방점을 찍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법안 세부 내용까지 언급하며 조목조목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 수정안의 취지가 여권 내부 논쟁 속에서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이달 8·9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혁에 수반돼야 할 책임성과 통합, 제도 설계의 정교함을 거듭 강조해 왔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34명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검찰총장 명칭이 뭐가 문제인 것이냐”고 반문하고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여당 내 강경파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가자, 대통령이 직접 쟁점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날 SNS 글에서 방송인 김어준 씨의 발언이 실린 기사를 함께 소개한 대목도 주목된다. 해당 기사에는 김씨가 정부 수정안에 대해 “칼이 숨어있는데 못 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평가하고, 이 대통령을 두고 “객관 강박”, “레드팀 역할”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김씨가 해석한 ‘이재명의 검찰개혁 구상’이 실제 대통령의 의중과는 다를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SNS 글에서 “본질과 괴리된 과도한 선명성 경쟁”, “본질과 무관한 목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경 일각을 향한 경고 메시지도 던졌다.
또한 “과잉 때문에 결정적인 개혁 기회를 놓치고 결국 기득권의 귀환을 허용한 역사적 경험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삶과 국가 백년대계인 국정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재구성함에 있어 일호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이 지지층의 감정에 호소하는 ‘선명성 경쟁’으로 흐를 경우, 문재인 정부 당시 미완에 그친 검찰개혁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보완수사권 논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다시 한번 개혁의 원칙과 방향을 못 박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 허용 여부 역시 남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충분히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보완수사 권한 설계 과정에서 권한 남용과 사건 은폐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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