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한국형 인공지능' 모델개발 시동, 'AI 3대 강국' 디딤돌 돼야
박근종 칼럼니스트
segyenews7@gmail.com | 2025-08-07 11:06:44
[세계뉴스 = 박근종 칼럼니스트]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수준에 버금갈 ‘국가대표 AI’ 개발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정부는 지난 8월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에 참여할 5개 정예팀을 확정해 발표했다.
공모에 도전한 15개 팀(기업 및 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AI 개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해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엔씨(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등을 인공지능(AI) 기초공사(파운데이션 │ Foundation) 국가대표 드림팀으로 선발해 출항시켰다.
이번에 선발된 5개 최정예 드림팀은 2027년까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 비용 4,500억 원을 포함해 데이터 처리·인건비 등 총 5,3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한국형 초(超)거대 AI 모델개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6개월마다 엄격히 평가해 1곳씩 탈락시킨 뒤 최종 2팀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방식이다. 이들 최정예 드림팀은 최종적으로 오픈AI 등 최(最)선두급 ‘AI’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력의 95% 이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한국이 자랑해온 정보통신 인프라 역량을 감안해 본다면, 민·관이 함께하는 국가대표 AI 경쟁 구도를 거쳐 탄생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연을 넘어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소버린(Sovereign │ 국가가 주체가 되어 직접 운영하고 통제) AI’ 확보가 달린 국가적 대사(大事)인 만큼 관심과 기대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이른바 “5년간 100조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라는 목표는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공약이다. ‘소버린 AI’ 구축을 주도할 국가대표팀 발탁이야말로 정부가 제시했던 AI 로드맵 실현을 향해 내디디는 첫 번째 발걸음인 셈이다. 무엇보다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국가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소버린 AI’는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도약의 핵심적인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단일 기업을 넘어 범국가적으로 AI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선도국은 이미 확보한 ‘AI 주권’을 무기로 다른 나라와의 격차를 넓히는 중이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도 이미 자국형 AI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한국의 AI 기술력은 세계 6위 수준이다. 후발 주자로서 미국·중국의 AI와 겨루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외국 기술을 뒤좇기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특화된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특단의 방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뒤처진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보다 앞선 ‘AI’를 단숨에 선보인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가 말처럼 그렇게 쉽사리 이룰 수만은 없다.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미국의 기술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일도 난제 중 난제일 뿐이다. 특히 정부는 2~3년 이내에 AI 생태계 구축에 승부를 걸겠다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국가대표 ‘AI’ 개발을 돕는 이 같은 대규모 정부 지원책이 ‘AI’ 경쟁력을 단기간 내에 일시적으로 촉발할 수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장기간 세계무대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지켜나가기엔 충분치 않다. 정부는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기술력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고유한 문화와 언어, 가치관을 반영한 ‘독립형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를 한다. 결국 우리나라만의 고유 데이터, 언어를 제대로 담아내면서 동시에 인공지능 선진국들과 맞설 ‘소버린 AI’를 개발하고 유지하려면 전문 인재와 후발 기업·스타트업 육성을 원활케 할 ‘AI 생태계’ 강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해외 기업의 ‘AI’에만 의존하는 경우 데이터 유출, 서비스 중단, 가격 인상 등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한국형 AI 개발은‘AI 3대 강국’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와 인재 및 기술 생태계 조성이 반드시 뒤따라 줘야만 한다.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인프라를 신속히 확충하고, 글로벌 수준의 연구 인력과 개발자 등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AI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규제 특례와 혁신적인 투자 제도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와 민간, 학계가 장기적 안목으로 AI 생태계 확장과 창의적 전략 실행에 매진할 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단순히 재정지원에 머무르지 말고 개발 현장에 활력과 활기를 불어넣어 줄 규제 혁신에도 가일층 정려(精勵)해야만 한다. 특히 인프라부터 응용 서비스까지 ‘AI’산업 전반이 상생할 시스템의 완성이야말로 최종 목표가 돼야만 한다.
‘AI 파운데이션’은 명칭 그대로 이번 선발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AI 모델에 필적하는 솔루션과 응용모델을 만들기 위해 전면 지원이 주어지는 만큼, 이들에게는 과정별 심사와 탈락의 시험대가 놓여있다. 앞으로 6개월 이내 상용화급 글로벌 ‘AI’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갖춘 ‘독자형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국가 프로젝트에서 관행처럼 있어 온 ‘안배와 균형’을 최소화한 점도 괄목할만하다. 결국, 실력 경쟁을 통해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업을 가린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를 발굴하는 서바이벌이다.
이번에 시작된 ‘한국형 AI 프로젝트’가 서비스·솔루션(Solution) 중심의 개발 작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확장성이 필요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당연히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에다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피지컬(Physical) AI’ 분야까지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바이벌 과정에서 발굴된 강점과 아이디어를 살아남은 최종 2곳 주자가 최대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정부도 이번 과정에서 습득된 AI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최종 ‘한국형 AI 모델’에 용해되고 녹아들도록 만드는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재명 정부는 5년간 ‘AI’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엄청난 규모일지 모르겠지만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극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소버린 AI’를 추진하더라도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세부 추진 전략을 깊이 고민해야만 한다. ‘K-AI’나 ‘순수 토종 기술’ 등 듣기 좋은 어떤 타이틀 획득보다는 ‘AI’를 산업 곳곳에 제대로 접목하여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조기 안착시키는 데에 진정한 목표를 둬야만 할 것이다.
특히 ‘초(超)거대 언어 모델(LLM │ Large Language Model)’의 등장으로 정보의 생산과 활용 패러다임(Paradigm)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다른 경쟁국이 갖지 못한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분야를 면밀하게 파고든다면 ‘AI 3대 강국’뿐만 아니라 ‘AI 초(超)일류 국가’도 불가능한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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