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과할 각오로 독단했다는 말의 자기모순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1-23 17:02:08
- 이재명 정부의 민주주의에 찬물 끼얹은 독단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명이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발표에 대해 공개 사과와 절차 공개를 요구하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합당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조차 배제된 채 밀실에서 추진된 결정 방식이 문제의 본질이다.
정청래 대표의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최고위원들은 발표 20~30분 전에야 통보받았고, 상당수 의원들은 언론을 통해 사안을 접했다. 최고위원회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사후 통보를 받는 자리로 전락했다. 당원주권을 말해온 정 대표의 평소 언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장면이다.
정 대표는 "사과할 각오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 자체가 자기모순이다. 사과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냉소적으로 말해왔던 인물이, 정작 자신의 독단 앞에서는 '각오 있는 사과'로 모든 절차적 하자를 정당화하려 한다. 사과는 면죄부가 아니다. 더구나 사과를 전제로 한 독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결과 책임을 계산한 정치 기술에 가깝다.
정 대표는 "합당은 언젠가 가야 할 길이고, 누군가는 테이프를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정당에서 테이프를 끊는 주체는 대표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 의사결정 구조다. 시작종을 울렸다는 표현 역시 위험하다. 이미 방향을 정해 놓고, 당원들에게는 O·X만 고르라는 구조라면 그것은 참여가 아니라 추인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 대표 측에서는 대통령과의 교감설이 흘러나왔다. 최고위원들은 이를 명확히 부인했다. 원론적 언급을 마치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포장해 정치적 방패로 삼는 행태는, 대통령을 보호하기는커녕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는 무책임한 방식이다.
이 지점에서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정청래 대표의 정치 문법은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도, 실제 의사결정에서는 이재명 정부와 선을 긋는 독자 노선으로 작동한다. 통합을 말하면서 분열의 방식을 택하고, 당원주권을 외치면서 대표 권한을 극대화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그가 강조해온 민주주의의 결에도 맞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참 민주주의'를 말해왔다. 절차와 토론, 설득을 통해 결론에 이르는 정치다. 그러나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반복적으로 그 흐름에 찬물을 끼얹어 왔다. 여론의 파고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이, 어떤 문법이 이롭고 해로운지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여론 물타기와 이슈 선점으로 국면을 끌고 가는 방식은 이제 정치적 책임 회피로 읽힌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대표. 같은 지붕 아래 있지만 다른 집을 짓는 정치. 정청래 대표와 이재명 정부의 '한지붕 두 가족' 갈등은 이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통합이 아니라 독단이었다.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맞닥뜨린 질문은 단순하다. 통합을 말할 자격은, 그 과정이 민주적일 때만 성립한다. 그 원칙을 무너뜨린 리더십은 결국 자신이 말한 '승리의 길'에서 가장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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