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에게 어버이란, 사라지지 않는 온도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5-05-08 15:30:50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어버이’라는 말에는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울림이 있다. ‘부모’가 법적이거나 관계의 이름이라면 ‘어버이’는 온기와 감정의 이름이다. 말끝에 맺힌 그 한 글자의 정서는 기자 생활을 하며 숱한 말과 사람을 마주했던 내게도 쉽게 녹지 않는다.
취재현장을 누비다 보면 ‘누가 나를 이렇게 키웠을까’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챙기지 못한 누군가를 걱정하던 목소리. 고된 하루 끝에 건네받은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무심한 세상 속에서도 그들은 언제나 내 편이었다. 그게 어버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릴 적 내 세계의 중심엔 어버이가 있었다. 세상의 법칙을 알려주고, 넘어지면 언제든 손 내밀어 일으켜줬던 이들. 내가 뭘 잘못해도 ‘괜찮다’며 묵묵히 안아줬고, 불안한 밤이면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 모든 것이 ‘당연한 사랑’이라 믿었다.
하지만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연한 사랑’을 점점 잊게 만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조금씩 작아졌다. 예전엔 내 그림자를 따라 걸어오던 발걸음이, 이제는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를 위해 무거운 짐을 들던 손은, 어느새 내 팔짱에 기대려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묻는다. “밥은 먹었냐?” 이 짧은 질문 속엔 긴 시간이 담겨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미뤄도, 어버이는 늘 나를 먼저 걱정한다. 어떤 거리도, 어떤 시간도 그들의 사랑을 막지 못한다. 어버이는 여전히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기다리는 존재다.
5월, 어버이날이 되면 기자로서 많은 이야기들을 취재하지만, 한 사람으로서 돌아보게 된다. 과연 나는, 그 큰 사랑에 어떤 대답을 하고 있는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
어버이에 대한 진심은 거창한 선물이 아니라, 사소한 안부 속에 숨어 있다. 나에게 어버이란,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사라지지 않는 온도다. 그리고 누군가의 어버이가 된다면, 이 따뜻함만큼은 잊지 않고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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