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휘부 80% 물갈이…전국 시·도청장 전원 '향피제' 첫 적용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9-02 13:32:36
- 제주 실종 허위종결 여파로 고평기 청장 승진 제외 등 문책성 인사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정부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14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경찰 지휘부 인사를 단행했다. 출생지와 승진 당시 근무지 등을 따져 연고지를 피하는 이른바 '향피제'를 시·도경찰청장 전원에게 처음으로 전면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최근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으로 지휘 책임 논란이 불거진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승진에서 제외돼 문책성 인사를 받았다.
경찰청은 1일 치안정감과 치안감 25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경찰 조직의 2인자인 경찰청 차장에는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임명됐다. 서울경찰청장에는 고범석 전남경찰청장이, 인천경찰청장에는 유승렬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각각 발탁됐다.
이로써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14명(78%)이 교체됐고, 전체 치안감 직위의 교체 비율도 81%에 이르는 등 사실상 지휘부 '물갈이' 수준의 인사가 이뤄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유재성 차장과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공로연수와 의원면직 등을 통해 퇴직 수순을 밟는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향피제의 전면 적용이다. 경찰청은 시·도경찰청장 전원에 대해 출생지와 총경·경무관 승진 당시 근무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고가 없는 지역에 배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출생지와 총경·경무관 승진 근무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고지를 피해서 인사를 냈다"고 설명했다. 지역 토착 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고, 수사와 치안 유지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당초 치안정감 승진이 내정됐던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돼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치안감)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제주에서 경찰관이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난 데 따른 책임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주경찰청 지휘부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국가수사본부 주요 보직에는 '수사통'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다. 수사기획조정관에는 김광식 서울 관악경찰서장이, 수사국장에는 오승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경찰청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 수사 책임성이 커진 상황에서 현장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수사 기획과 실무를 이끄는 핵심 보직에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배치해 수사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 지휘부가 대폭 재편되면서 장기간 공석인 경찰청장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찰청장 자리는 2024년 12월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현재까지 공석 상태다. 새 경찰청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이번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김종철 차장이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는 김 차장을 비롯해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등이 거론된다. 이번 인사에서 치안정감으로 오른 이들이 모두 유력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새 청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지휘부 재편이 한층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향후 후속 인사에서도 시·도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 등 주요 직위에 향피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지역 연고와 무관한 인사 원칙을 정착시켜 조직 전반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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