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만 별도요금?…670만 명 싣는 지하철 전기는 누가 책임지나"

차성민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18 14:25:14

- 정부 전기요금 체계 개편 추진 속 도시철도 공공성 반영 필요성 부각
- 서울 지하철, 서울 전력 사용량 2.9% 차지·무임수송 등 공익비용 5년 새 70% 급증
▲  전력사용량과 전기요금납부액.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제와 AI 데이터센터(AIDC) 전용 요금 신설을 검토하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국민 이동권을 책임지는 도시철도의 공공성과 운영 특성을 전기요금 제도 논의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환경부는 이달 4일 업무보고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방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고 수도권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송전선로 이용 비용, 지역별 전력 생산·소비 여건, 국가균형발전 등을 반영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인공지능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특성을 고려한 별도 전기요금 체계 마련도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요금 체계 개편이 속도를 내는 반면, 국민의 일상 이동을 떠받치는 도시철도에 대한 공공성 기반의 정책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지하철은 하루 약 670만 명, 연간 약 24억 명이 이용하는 수도권 핵심 대중교통 수단이다. 열차 운행은 물론 승강장안전문, 환기시설, 조명, 승강기 등 시민 안전과 직결된 각종 설비를 365일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사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1,292GWh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전력 사용량은 약 1,300GWh 수준으로, 이는 서울시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2.9%에 해당한다. 전력 다소비 기관이지만, 안전과 직결된 설비 특성상 사용량을 탄력적으로 줄이기 어려워 전기요금 체계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공사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사가 지난해 납부한 전기요금은 2,743억 원으로, 2021년 대비 58.1% 급증했다. 전기요금 인상분 상당 부분이 그대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 무임수송 등 보편적 복지와 공공서비스 제공에 따른 재정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사가 부담한 공익서비스 비용은 2020년 4,792억 원에서 2025년 8,167억 원으로 5년 사이 7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따른 무임수송 손실로, 지난해 기준 4,488억 원에 달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도시철도 재정과 안전 투자에 미칠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기후부가 인공지능을 비롯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 체계까지 검토하는 만큼, 국민 생활과 직결된 도시철도에도 공공성을 반영한 별도의 전기요금 제도나 지원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서울 지하철 시설 상당수는 개통 이후 수십 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노후 전기·신호·통신 설비와 역사 환경 개선, 승강장안전문·환기시설 개량 등 안전·편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부담이 계속 커질 경우, 필수적인 시설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사 측은 전기요금 개편 논의가 산업과 첨단산업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과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국가 정책 목표와도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철도는 승용차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이용 활성화 자체가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라는 점에서 전기요금 정책과의 정합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도시철도는 일상적인 이동을 책임지는 핵심 공공서비스이자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며 "이번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서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도시철도의 공공적 기능과 운영 특성도 균형 있게 고려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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