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법원 이재명 판결의 '속도전'이 남긴 숙제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5-05-02 10:06:38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주목할 점은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 후 단 9일 만에 파기환송이 내려졌다는 이례적인 절차적 속도다.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기에 대법원이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정작 그 신속함이 사법적 정당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대법원의 설명은 명료하다. 정치 일정이 혼란스러워지지 않도록 조기 정리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역설적으로 대법원이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려 했다면, 오히려 철저한 절차적 숙고와 법리적 해석을 통해 정치로부터의 거리를 강조했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실체 판단 없이 사건을 2심으로 되돌리는 파기환송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전원합의체 판단은 통상 복잡한 법리나 기존 판례 변경이 수반되는 경우에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실체적 판단 없이 단순히 '유죄 취지 환송'이라는 결론만 남겼고, 쟁점이었던 '표현의 자유'나 '공직자의 발언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크다.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단이 엇갈리는 중대한 사안을 충분한 심리 없이 신속히 종결한 것은 대법원의 독립성과 숙의 과정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치적 고려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여론과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는 인상을 줬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법원 판단은 정치권의 갈등을 종식시키기보다는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판결이 나오자마자 각 정당은 환호와 반발로 극단적으로 갈라졌고, 판결의 정당성보다 속도와 의도가 이슈의 중심이 됐다. 이는 사법부 스스로 판결의 본질을 흐리게 만든 셈이다.

법원은 정치와 철저히 거리를 두어야 한다. 사법부는 오직 법률과 증거,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정치적 파장이나 여론의 압박에 휘둘려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은 법률적 쟁점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더욱 정중하고 절제된 접근이 필요했음에도, '빠른 판단'이 결국 '깊이 없는 결론'으로 비칠 위험을 초래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한순간의 결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절차의 공정성, 판단의 독립성, 그리고 꾸준한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모든 요소에서 많은 질문을 남겼고, 앞으로의 판결에서 이를 회복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왜 그토록 서둘렀는지, 왜 직접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지 국민 앞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국민의 눈 높이에서 사법부가 '신속성'이라는 가치와 '정당성'이라는 핵심 원칙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단순한 유무죄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이 어떻게 정치적 상황 속에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시험대였다. 그 시험 결과에 이른 법치와 여론의 선택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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