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정보권력의 상징 ‘방첩사’ 49년 만에 해체…정치 개입 차단 위한 대수술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6-10 15:26:52
- 국방방첩본부·국방부 조사본부·국방보안지원단 신설로 계엄수사·보안감사 기능 재편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정부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파견하고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하는 등 핵심 역할을 했던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해체하고, 그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로 출범해 49년간 군내 대표적 권력기관으로 군림해온 방첩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0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군방첩사령부 해체 및 기능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은 방첩사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과 민주적 통제 부재가 정치 개입과 인권 침해 논란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군 정보기관(방첩사) 개혁’의 구체적 이행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개편안의 핵심은 방첩사의 기존 기능을 쪼개 여러 기관으로 나누고, 방첩사 해체와 함께 정치 개입의 토대가 됐던 일부 기능은 아예 폐지하는 것이다. 우선 방첩·방위산업 관련 정보활동과 방산·사이버보안 업무는 새로 창설되는 ‘국방방첩본부’가 맡는다. 계엄 시 합동수사권을 포함한 안보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된다. 군단급 이상 부대를 대상으로 하는 중앙보안감사와 보안사고 조사를 전담할 ‘국방보안지원단’도 신설된다.
반면 군내 권력기관으로서 방첩사가 군림하게 만든 핵심 수단으로 지적돼온 동향조사, 인사첩보, 세평수집 기능은 전면 폐지된다. 방첩 관련 이외의 불법·비리 정보수집 기능 역시 없앤다. 사실상 군 장병과 지휘관의 사생활과 정치 성향까지 들여다보던 ‘눈과 귀’를 걷어내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구조 개편은 올해 1월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을 정부가 수용한 결과다. 방첩사의 모태인 국군보안사는 1977년 육·해·공군 방첩부대를 통합해 출범한 뒤 수차례 명칭을 바꿨지만, 실제 기능과 권한은 거의 줄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해체와 기능 분산은 “처음으로 골격 자체가 바뀌는 근본적 변화”(국방부 안팎 평가)라는 점에서 이전의 단순 명칭 변경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는 새로 출범하는 국방방첩본부에 대해서도 강력한 내부·외부 감시 장치를 도입해 ‘제2의 방첩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첩본부 감찰실장에는 외부 출신 고위 감사 공무원을 임명해 내부 비리를 상시 점검하도록 하고, 국방부 본부 내에는 방첩·정보·보안 기관을 지휘·감독하는 전담조직을 새로 둔다.
외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법감찰위원회’를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해 방첩 활동 전반을 상시 감시하도록 하고, 방첩정보활동 기본지침을 제정해 국회에 정기 보고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방첩 활동의 범위와 금지 행위, 불법 활동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시한 가칭 ‘군 방첩부대원의 직무수행법’ 제정도 추진한다.
국방부는 방첩사 인사 운영 시스템도 전군 공통 시스템으로 통합해 인사 배치와 승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비대해진 권한과 결합해 각종 비리와 인권 침해를 낳았다는 반성을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관련 부대령 제·개정을 거쳐 다음 달 말까지 국방방첩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국방보안지원단 등 새로운 조직 창설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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