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엔 수천억 보조금·서울 지하철엔 '0원'…교통공공성 비용 전가 구조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국가유공자 등 무임수송으로 인한 운수수입 손실을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사를 청구했다. 공사는 무임수송 의무만 지우고 손실 보전 근거를 두지 않은 현행 제도가 헌법상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교통공사는 8일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등의 무임수송과 관련해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구 대상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관련 조항 등이다.
공사는 특히 2023년 1월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재해부상군경과 재해부상공무원이 무임수송 대상에 추가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훈부 관할 무임 대상자 수송 실적에 따르면 무임수송 인원은 2020년 2억1,800만 명에서 2023년 2억3,900만 명으로 늘었고, 이에 따른 운수수입 손실은 같은 기간 290억 원에서 340억 원으로 증가했다. 공사는 손실액이 2024년 370억 원, 2025년 39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그간 국가보훈부에 손실 보전을 위한 보조금 지급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예산 미편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결국 지난해 7월 국가를 상대로 2024년분 손실액 37억여 원 지급을 구하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9월 1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
공사는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단순 항소보다는 무임수송 관련 법령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 이번 헌법소원을 택했다. 청구서에서 공사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6조 제1항 등이 공사에 무임수송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운수수입 손실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구체적 보상 규정을 두지 않은 점을 핵심 위헌 사유로 꼽았다.
공사는 이는 공공필요에 따른 재산권 제한 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특정 공기업에만 과도한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가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논리다.
아울러 공사는 국가가 대중교통 운송기관별로 무임수송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대표 사례로 서울 지하철 3호선(오금~대화 구간)을 들었다. 이 구간에서 서울교통공사는 하루 299회, 코레일은 107회를 운행해 공사가 약 2.8배 더 많은 열차를 투입하고 있다. 그만큼 더 많은 공익을 창출하고 더 큰 무임수송 손실을 부담하고 있지만, 정부는 코레일에만 매년 무임수송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만 3,996억 원 규모의 무임수송 관련 공익서비스의무(PSO) 예산을 편성해 코레일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같은 무임수송 제도를 이행하면서도 정부 재정 지원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다는 것이 공사의 설명이다.
김태균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를 위한 무임수송 지원은 국가와 서울교통공사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면서도 "하루 수백만 시민이 이용하는 핵심 이동 수단인 지하철의 무임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어 안정적·지속적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헌법소원을 계기로 공사의 어려움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공익 창출에 대한 정당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헌법소원에서 문제 법령들이 위헌 결정을 받을 경우, 지난 9월 1심에서 기각된 민사소송에 대해 재심을 청구해 무임수송 보조금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국가유공자 무임수송과 별개로 재정 압박의 또 다른 축인 65세 이상 고령자 무임수송 손실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을 계속 요구할 계획이다.
무임수송 제도는 사회적 약자와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교통 복지 정책이다. 그러나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정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교통공사의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어떻게 판단될지에 따라, 교통공공성 비용 분담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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