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박근종 칼럼니스트] 반도체 초호황이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수출은 늘고 주가는 오르며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 전반으로 보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호황의 이면에서는 또 다른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억대 성과급과 증시 활황으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다시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는 시장의 불안한 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주택가격전망지수(CSI)는 올해 3월 96까지 떨어졌지만 6월에는 12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집값 급등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택시장에서 심리는 가격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수록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고, 실수요자는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결국 시장은 스스로 상승 압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문제는 이번 상승 기대의 배경이 단순한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특수는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은 성과급 증가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증시 상승으로 발생한 투자 수익까지 더해지면서 시중 유동성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자금이 결국 가장 익숙한 자산시장인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는 물론 경기 화성 동탄, 성남 분당, 용인 수지 등 이른바 '반도체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동탄은 주간 상승률이 2%를 넘는 급등세를 보이며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계약을 해지하고 더 높은 가격에 다시 매물을 내놓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직접 연결되는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세제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적 대응은 필요하다. 다만 세금과 규제만으로 현재의 흐름을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집값 상승 기대가 강한 상황에서는 규제가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키고 시장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증가는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
부동산 시장은 결국 공급과 수요의 원리에서 움직인다. 시장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세금 인상 여부가 아니라 앞으로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인허가와 착공, 준공 물량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제 강화 신호만 반복된다면 시장은 오히려 불안을 확대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내놓아야 할 종합대책의 핵심은 공급 확대에 있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은 실제 공급보다도 공급에 대한 신뢰에 먼저 반응한다. 향후 5년, 10년 동안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된다면 집값 상승 기대 역시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은 대한민국 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성장 동력이다. 그러나 그 과실이 생산적인 투자보다 부동산 투기로 흘러들어간다면 경제 전체의 활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도 공급을 확대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을 놀라게 하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을 안심시키는 공급 신뢰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결국 국민이 미래를 얼마나 예측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