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파주시가 매년 반복되는 운정호수와 소리천의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68억원을 투입해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수량 부족에 따른 물 고임을 완화하는 기반시설 확충에 집중돼 있을 뿐, 녹조를 발생시키는 영양염류와 유기물, 퇴적물 등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질관리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주시는 9월부터 '운정호수공원 및 소리천 수질개선을 위한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168억원으로,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사업의 핵심은 운정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물을 물순환시스템 수처리장으로 보내 다시 처리한 뒤 운정호수와 소리천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파주시는 이를 통해 갈수기에도 하루 3만4,000㎥ 이상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상시 유수를 확보해 녹조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녹조의 원인이 단순히 물의 양 부족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는 녹조 원인으로 유입 수량 부족에 따른 물 고임, 여름철 수온 상승, 도로변 우수와 공원 제초 작업 등에 따른 영양염류 유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근본적인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물을 공급하는 것과 동시에 물속에 이미 축적된 오염물질과 녹조 발생을 유발하는 영양물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 168억원 들여 '물 순환'…오염물질 제거 대책은?
파주시 계획에 따르면 사업비 가운데 143억원을 투입해 운정하수처리장에 신규 펌프장을 설치하고 기존 물순환시스템 취수펌프장까지 1.2㎞의 압송관로를 신설한다. 즉 상당한 재원이 물을 이동시키고 공급하는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입된다.
유량 확보는 녹조 저감을 위한 중요한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물이 정체되는 것을 막고 수체의 순환을 개선하면 녹조 발생 환경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질오염의 원인물질이 물속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물의 양만 늘리는 방식이라면 근본적인 수질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호수 바닥에 축적된 유기물과 영양염류, 미세퇴적물 등이 수온 상승이나 수체 환경 변화에 따라 다시 물속으로 용출될 경우 지속적인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핵심은 '얼마나 많은 물'이 아니라 '어떤 물을 공급하느냐'
이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재이용수를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물의 수질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가다.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물이라고 해서 수질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하수처리 과정에서 유기물과 부유물질 등을 제거하더라도 재이용 목적과 수질 기준에 따라 질소·인 등 영양염류와 미량오염물질에 대한 추가적인 처리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녹조의 주요 원인으로 영양염류가 지목됐다면 질소와 인을 어느 수준까지 제거해 호수와 하천으로 공급할 것인지가 사업의 핵심적인 성능지표가 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파주시가 공개한 사업 설명에서는 하루 공급량과 관로, 펌프장 등 기반시설 계획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됐지만, 재처리 과정에서 어떤 오염물질을 어느 정도까지 제거할 것인지, 어떤 고도처리 공정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 '화학약품'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처리공정
수질 개선 과정에서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 어떤 약품을 사용할지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어떤 오염물질을 어떤 공정으로 제거할 것인지다.
응집·침전, 여과, 활성탄, 막처리, 고도산화, 질소·인 제거 등 수처리 기술은 대상 오염물질과 목표 수질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파주시는 단순히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다"고 설명할 것이 아니라 재이용수의 처리공정과 목표 수질, 질소·인 제거율, 유기물 제거 수준, 부유물질 관리 기준 등을 시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떤 약품을 사용하는지 여부만을 놓고 수질 개선 효과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과도한 약품 사용은 또 다른 잔류물이나 부산물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약품 투입량과 처리효율, 잔류물 관리, 방류수의 생태독성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 호수 바닥의 '오염 저장고'도 들여다봐야
문제는 운정호수와 소리천에 이미 쌓여 있는 퇴적물이다. 매년 녹조가 반복됐다면 수체 내부에 유기물과 영양염류가 지속적으로 축적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외부에서 깨끗한 물을 계속 공급하더라도 바닥에 쌓인 퇴적물이 다시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파주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과 별개로 운정호수와 소리천의 퇴적물 성분과 오염도, 총인·총질소, 유기물 함량, 퇴적물에서 수체로의 영양염류 용출 여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퇴적물 준설이나 처리, 수생식물 관리, 유입 오염원 차단 등 수체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관리하는 종합적인 수질개선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 '희석'에 의존한 수질개선은 아닌지 검증해야
하루 3만4,000㎥ 이상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수체의 체류시간을 줄이는 방식은 녹조 관리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염물질의 발생과 유입 자체를 줄이지 못한다면 결국 오염된 물을 계속 순환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로변 우수와 공원 관리 과정에서 영양염류가 유입되는 것이 실제 주요 원인이라면 하수처리수 재이용과 함께 비점오염원 차단시설과 우수 관리체계, 공원 내 비료·제초 관리 등 유입원 자체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 168억원 투입…성과를 측정할 기준부터 공개해야
파주시가 168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사업 완료 후 무엇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단순히 물이 흐르는지 여부가 아니라 △총인·총질소 △BOD·COD 등 유기물 지표 △클로로필-a △부유물질 △투명도 △용존산소 △퇴적물 오염도 △녹조 발생 빈도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공개해야 한다.
특히 사업 시행 전과 시행 후의 수질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도록 기준값과 목표값을 사전에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2030년 사업이 완료된 뒤 실제로 168억원의 예산이 녹조와 수질 개선에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다.
파주시가 추진하는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은 운정호수와 소리천의 물순환을 개선하기 위한 필요한 기반시설 사업일 수 있다.
하지만 물을 공급하는 것과 수질을 개선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녹조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물을 얼마나 넣느냐'가 아니라 '오염물질이 어디에서 들어오고, 물속과 바닥에 무엇이 쌓여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파주시는 168억원 규모의 관로·펌프장 건설에 그치지 않고 운정호수와 소리천의 오염원 조사부터 퇴적물 관리, 영양염류 제거, 고도처리 공정, 비점오염원 차단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수질개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업이 '물을 공급하는 사업'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운정호수와 소리천의 수질을 실제로 개선하는 사업으로 완성될 것인지는 앞으로 파주시가 제시할 구체적인 수처리 공정과 수질관리 계획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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