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강은 구호가 아니라 처분으로 증명돼야 한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더럽혀진 손으로는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조작·은폐, 금품·향응 수수, 수사 정보 유출 등 중대 비위에는 배제 징계를 원칙으로 하고, 음주운전과 성 비위에도 지위와 직급을 막론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원칙이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 처분이 그 원칙대로 이뤄지는가다.
경찰은 수사권과 강제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경찰관의 판단 하나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사건을 조작·은폐하거나 수사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경찰의 법 집행 자체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비위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제 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다.
조직의 명예를 이유로 비위를 축소하거나 책임을 가볍게 한다면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위를 허무는 결과를 낳는다.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징계 기준이 달라진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정 대응'이라는 원칙도 공허해진다.
감사·감찰은 조직을 지키기 위한 내부 통제 장치다
감사·감찰의 역할은 단순히 경찰관의 잘못을 찾아내는 데 있지 않다.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한 경찰관은 보호하고, 고의적·중대한 위법행위는 사실관계를 엄정하게 확인해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같은 유형의 비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무 과정과 조직의 관리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감찰은 비위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의 직급이나 조직 내 위치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상급자의 영향력이 작용했는지, 징계 과정에서 온정주의가 개입하지 않았는지, 유사한 사례와 비교해 처분이 적정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감사 역시 사후 적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비위의 원인이 무엇인지, 내부 통제에 허점은 없는지 찾아내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결국 제대로 된 감사·감찰은 경찰을 흔드는 장치가 아니라 경찰이 스스로 권한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안전장치다.
'국민의 눈높이'는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김 직무대행은 감사·감찰의 최종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구호가 아니다. 비위가 확인되면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책임을 묻고, 적법한 직무 수행에는 불필요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징계 결과 역시 유사 사례와 비교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부터 이어진 관행이라는 이유로 비위를 가볍게 보거나, 조직의 명예를 앞세워 문제를 축소해서도 안 된다.
경찰의 신뢰는 스스로 잘못을 발견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조직인지에 달려 있다.
강한 경찰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공정한 경찰이다
국민이 경찰에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강한 경찰이 아니다. 권한을 가진 만큼 책임지고, 수사권을 행사하는 만큼 스스로에게 엄격한 경찰이다.
경찰관의 비위를 직급에 따라 다르게 다루고, 내부 관계를 이유로 책임을 감경한다면 법 집행의 권위는 설 자리를 잃는다.
반대로 잘못을 숨기지 않고 원칙에 따라 바로잡는 조직이라면 감사·감찰은 경찰의 약점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신뢰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김종철 직무대행의 발언이 단순한 워크숍의 수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 국민이 확인할 것은 경찰이 얼마나 강하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비위 앞에서 실제로 얼마나 엄격한가다.
더럽혀진 손으로 정의를 세울 수 없다.
정의를 집행하는 경찰이라면 먼저 자신의 손부터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것이 경찰이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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