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신도시 '자족도시' 가능할까…기업 유치 없는 신도시, 또 베드타운 우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20 14:59:11

- 3만6000호 주택 공급 계획…앵커기업 유치·신규 일자리 목표치조차 없는 '비어 있는 청사진'
- 고양시-LH 실무TF 가동…공업물량 확보·기업 유치가 '베드타운 탈피' 성패 가른다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3기 신도시 핵심 사업지 가운데 하나인 고양 창릉신도시가 '주거·일자리 동시 구현'이라는 자족도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선 9기 고양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며 자족기능 강화에 나섰지만, 정작 기업 유치 성과는 여전히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다.

고양시는 창릉을 단순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아닌 '미래형 자족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기업과 일자리가 따라오지 않으면, 창릉 역시 일산신도시가 겪었던 '베드타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지역 안팎에서 잇따른다.

▲  3기 신도시 위치.

민경선 시장, LH 찾아 "공업물량 적기 반영해 달라"

민경선 고양시장은 이달 6일 박정만 LH 고양사업본부장을 만나 창릉신도시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공업용지 물량을 적기에 반영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고양시와 LH는 창릉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한 실무 TF를 구성하고 정례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민 시장이 취임 이후 직접 LH를 찾아 기업 유치 문제를 전면에 꺼낸 것은 그만큼 창릉의 자족기능 확보를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공업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와 별개로, 실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과 제도적 기반을 어느 수준까지 마련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3만6천 호 공급 확정…일자리 계획은 '미정'

LH에 따르면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는 약 812만㎡ 규모로 조성되며, 2029년까지 약 3만6천 호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 은평구·마포구와 맞닿아 있고 GTX-A 창릉역(가칭) 등 광역 교통망도 예정돼 있어 주거지로서의 매력은 이미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주택 공급 속도에 비해 기업 유치 성과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다. 올해 초만 해도 창릉신도시는 다른 3기 신도시와 달리 앵커기업(지역 경제를 견인할 핵심 기업) 유치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만8천 가구 규모의 주거단지 계획은 구체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대기업·선도기업 입주 계획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이 들어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 공급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일자리 공급 계획이 마련돼 있느냐가 자족도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기 때문이다.

"자족용지 확보만으론 자족도시 아니다"

고양시는 그동안 창릉 내 자족용지 확보와 기업 유치를 위해 여러 차례 논의를 이어왔다. 2024년에는 고양시와 LH, 경기주택도시공사, 고양도시관리공사 등이 참여하는 민관공 협의체를 구성해 대기업·선도기업 유치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고양시는 "자족도시 조성을 위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의체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실제 기업이 입주한다는 결과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려면 '자족용지 확보 → 기업 유치 → 일자리 창출 → 인구 유입 → 지역 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자족용지는 단지 '도시계획도 위의 빈 땅'에 그칠 뿐이다. 고양시가 자족도시를 말할 때, 용지 확보를 실적으로 내세우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입주 계약과 투자, 고용 규모를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이전단지=자족도시?…개념부터 구분해야

창릉신도시에는 기존 기업을 수용하기 위한 기업이전단지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LH는 2024년 고양창릉지구 내 기존 기업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위해 덕양구 현천동 일원 22만9천㎡ 규모의 기업이전단지를 지정했다. 신도시 조성으로 이전해야 하는 공장·제조업·물류·유통업 등 300여 개 기업이 이곳으로 옮겨갈 계획이다.

그러나 기존 기업 이전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앵커기업 유치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기업이전단지는 개발 과정에서 밀려나는 기업을 다시 수용하는 '피해 최소화' 성격이 강하다. 반면 자족도시를 완성하려면 외부에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끌어오는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창릉의 자족도시 전략을 평가할 때 기준이 돼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이전시켰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신규 기업과 투자를 끌어들였는가'다. 고양시가 향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할 지표도 △새로 유치한 기업 수 △투자 규모 △신규 고용 인원 등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선 9기·LH TF, '회의체' 넘을 수 있나

고양시와 LH가 창릉 사업을 위해 실무 TF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분명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특히 민 시장이 직접 LH에 공업물량 확보를 요청한 것은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간 창릉 자족용지 확보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는 고양시와 LH의 협력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지난 6월 민경선 당시 당선인은 창릉 자족용지와 기업 유치 문제를 거론하며 LH와의 소통 부족을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고양시 관계자는 "인허가권이 LH에 있어 시의 요구가 쉽게 반영되기 어렵다"며 "LH와의 공식 회의도 제한적이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새로 구성될 TF가 기존의 '논의용 협의체' 수준을 넘어서 실제 자족용지 확대와 기업 유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TF의 역할과 목표, 일정이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족도시 기준부터 수치로 제시해야"

전문가들은 창릉신도시가 진정한 자족도시로 자리 잡으려면 고양시가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유치 목표 기업 수 △앵커기업 목표 개수 △창출할 신규 일자리 규모 △총 투자 유치액 △자족용지 중 실제 입주 확정 면적 △세제·인센티브 패키지 내용 △기업 입주 목표 시점 등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유치를 추진 중"이라는 식의 포괄적 표현을 넘어, 실제 계약을 체결했거나 입주의향서(LOI)를 제출한 기업이 몇 곳인지, 그 기업들이 어떤 산업 분야에 속해 있는지가 시민에게 공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기 신도시 성패, '집' 아닌 '일자리'가 가른다

창릉신도시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지었느냐"로만 판단할 수 없다. 3만6천 호 규모의 주택이 공급되면 수만 명의 인구가 새로 유입된다. 이들 상당수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창릉은 결국 '서울 인접형 대규모 주거도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창릉 안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와 기업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고양시 전체의 산업·경제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고양시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베드타운 탈피' 전략의 성패가 창릉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민경선 시장이 LH와 실무 TF까지 꾸린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숫자다. 유치한 기업 수, 체결된 계약, 확보된 투자, 창출된 일자리라는 구체적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창릉은 또 하나의 대규모 주거단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창릉신도시가 고양시의 산업지형을 바꾸는 '진짜 자족도시'로 자리 잡을지, 3기 신도시 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는 사례가 될지는 앞으로 수년간 펼쳐질 기업 유치 전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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