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전기요금 개편 땐 '연 500억 폭탄'…"공공교통용 전용요금제 필요"

차성민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2-23 10:25:40

- 산업용 전기요금제 개편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교통공사 연간 추가 부담 500억 원 추산
- 재생에너지·수요관리 취지 공감 속 “영리 산업체와 동일 요금제는 불합리” 전기철도 전용요금제 요구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용 전기요금제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연간 약 500억 원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공사는 공공 교통복지 차원에서 지하철 등 도시철도에 별도 요율을 적용하는 ‘전기철도용 전기요금제’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교통공사가 자체 전력 사용 패턴을 반영해 정부의 개편 방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계절·시간대별 요금 조정만으로도 연간 약 257억 원의 전기요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고, 야간·피크 시간대 요금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은 오전 7~9시, 오후 6~8시 출퇴근 시간대에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구조다. 요금 인하가 예상되는 한낮보다는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큰 피크 시간대에 운행이 몰려 있어, 전력 수요 분산을 유도하는 요금체계가 오히려 지하철에는 ‘역진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2026년 전기요금 예상액은 요금체계 개편 및 차등요금 적용 포함.

연내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역시 서울 지하철에는 불리한 요인이다. 전력 자립도가 9%에 불과한 서울은 전기를 대부분 외부에서 끌어와 쓰는 만큼, 전력 자립도가 높은 지역보다 더 높은 요금이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사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기요금이 kWh당 20원 인상될 경우, 이로 인한 추가 부담만 연간 약 258억 원에 달한다.

시간대별·지역별 요금제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공사의 전기요금 추가 부담은 연간 약 500억 원 수준까지 불어날 것으로 공사는 내다봤다. 이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 흐름과 맞물리면서 공사의 재정 운용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교통공사의 전기요금 부담은 이미 급증했다. 2021년 1,735억 원이던 전기요금 납부액은 2023년 2,743억 원으로 5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수수익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5%에서 2025년 16.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은 정체된 반면 비용 구조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공사는 고효율 전동차·설비 도입, 에너지경영시스템(ISO50001) 기반 전사 에너지 목표관리제 등으로 전력 사용량을 2021년 대비 1.9%(25GWh) 줄이는 등 자체 절감 노력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성과도 냈다. 그러나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4차 계획기간(2026~2030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기존 대비 15% 축소하기로 하면서, 추가 감축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고 공사는 토로했다.

공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전기요금 추가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안전 설비 투자 여력과 대시민 서비스의 안정적 유지 등 지하철 운영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대표적 공공 인프라인 서울 지하철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철도 운영기관은 영리 목적의 대규모 산업체와 동일한 산업용 전기요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교육·문화시설 등 공공 목적 시설에는 별도의 전기요금제가 운영되고 있어, 공공교통 분야에 대해서도 유사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공사의 입장이다.

특히 전기에너지를 전체 에너지 사용의 99.2%까지 의존하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교통서비스 개선을 위해 탄소 배출량 기준을 현행처럼 기준년도(2022~2024년) 수준으로 할당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면서도 대중교통의 공익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별도 트랙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교통공사는 향후 관계 부처 및 유관 기관과 협의를 이어가며 공공교통 운영의 지속 가능성 확보, 시민 안전과 서비스 품질 유지,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 보완을 위한 의견 개진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사장직무대행)은 “열악한 재정 상황 속에서도 안전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기요금 추가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철도 운영기관의 특수성과 공공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전기철도용 전기요금제 도입 등 제도 보완이 함께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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