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한 민주당…이재명 정부, 사법부와 정면충돌

정서영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20 09:55:47

- 대법관 서면 제청 놓고 '대통령 패싱' vs '헌법상 권한'…사퇴 압박 속 탄핵에는 신중 ▲  조희대 대법원장.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이재명 정부와 사법부의 긴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임명 제청을 계기로 다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협의 없이 대법관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한 것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문제 삼아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이라고 맞서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것이다.

이번 제청은 대통령과 대면해 후보자를 제청해 온 기존 관례와 달리 서면으로 이뤄졌다. 민주당은 이를 이른바 '대통령 패싱'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고, 민주당 지도부도 20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전국에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로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면 관례'와 헌법상 제청권은 별개의 문제

그러나 이번 논란에서 따져봐야 할 핵심은 대통령과 대면하지 않고 서면으로 제청한 것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제청 역시 대법원은 해당 헌법 조항에 따른 권한 행사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대면 제청은 그동안 이어져 온 관행일 뿐, 대법원장이 반드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명문의 헌법·법률 규정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관례를 깼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탄핵 사유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타나고 있다. 제청권 자체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인 만큼 서면 제청만으로 탄핵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쟁점은 결국 '사법부 독립'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조희대 대법원장 개인의 거취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반대로 사법부가 정치권의 요구와 별개로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삼권분립 원칙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과 사법부 구성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사실상 정부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움직인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법관 인선은 향후 사법부의 성격과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대법원 내부에서도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번 제청이 불가피했다는 평가와 함께, 정치권과 사법부의 대치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대법원장 사퇴'가 정치적 해법이 될 수 있나

이번 사태에서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는 탄핵 추진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사퇴를 요구할 정치적 명분과 실제 탄핵을 추진할 법적 근거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법원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치권이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것과,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 사유가 존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법부 역시 정치권의 비판을 받지 않는 성역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정권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개인적인 거취가 아니라 정치권이 사법부의 인사와 구성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와 입법부가 사실상 같은 정치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까지 정치권의 압박에 흔들린다면 삼권분립의 균형은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사법부 역시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적 비판이나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사퇴 압박이나 탄핵 공방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권한 행사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번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공방이 단순한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끝날지, 아니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권력 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될지는 앞으로의 정치권 대응과 사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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