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미훈련 축소에 '경의' 표한 이재명…안보를 SNS로 말할 때인가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20 11:43:29

- 트럼프의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공개 찬사…호르무즈 군사적 기여는 뒤늦게 검토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대한민국 안보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대미 안보 인식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한미연합훈련 축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한미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지시했고, 당초 27일까지 예정됐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는 21일까지로 단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에 적대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19일 밤 자신의 X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미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한다"며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사실상 환영한 셈이다.

훈련 축소가 평화라면, 전쟁 억제는 무엇으로 하나

이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한국이 북한 연간 GDP의 1.4배에 이르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세계 군사력 5위로 평가받는다며 "한반도 안보는 대한민국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의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방비 규모와 군사력 순위가 곧 독자적인 전쟁 수행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에서 실제 전쟁이 발생하면 정보·감시·정찰(ISR), 위성정보, 지휘통제, 공중·해상전력, 전략자산, 탄약과 보급, 연합작전 등 수많은 요소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한국군이 상당한 재래식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미국의 지원 없이 모든 영역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독자적인 수단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며 평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통해 당장의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독자적인 방어력과 전쟁 수행능력을 차근차근 키우는 전략이다.

트럼프의 호르무즈 요구에는 뒤늦게 대응

한미동맹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는 호르무즈해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이 이란 관련 비핵화 노력에 동참해 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사양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구체적인 군사적 기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호르무즈해협은 한국의 에너지 수송과 직결된 핵심 해상교통로다. 이곳의 항행이 위협받으면 한국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뒤에야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는 모습은 정부의 외교·안보 판단이 지나치게 뒤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동맹국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국제정세를 미리 읽고 어디까지 협력하고 어디서부터 국익을 지킬 것인지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는 말이 아니라 억제력으로 지켜진다

이 대통령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체제가 가장 완벽한 안보자산"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공격을 선택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안보의 출발점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고 대화 여건을 조성하는 것만으로 평화가 보장된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평화는 희망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힘으로 지켜진다.

'빈 총 경계'와 사관학교 통합, 지금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이 대통령의 안보 인식에 대한 우려는 한미연합훈련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전방 부대의 이른바 '빈 총 경계' 논란에서는 실제 경계태세와 장비 운용, 지휘·감독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사관학교 통합 추진 역시 군 개혁이라는 명분만으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 군 조직을 개편하더라도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것은 정치적 논쟁보다 전투준비태세와 지휘체계, 정보·감시·정찰 능력, 탄약·보급체계, 한미연합작전 능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통령이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은 군의 간판이나 조직도가 아니라 실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 군이 제대로 싸울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은 대통령의 안보관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안보는 국어책 읽듯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SNS는 외교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면 말 한마디에도 무게가 있어야 한다.

특히 총알이 총구를 떠나는 순간부터 전쟁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생사의 문제가 된다. 평상시 안보 역시 마찬가지다. 판단은 빨라야 하지만, 그 판단을 뒷받침할 군사력과 방어체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제정세를 냉철하게 읽으면서 한미동맹을 최대한 활용하고, 미국의 확장억제에 기대 당장의 안보 공백을 막는 동시에 수면 아래에서는 독자적인 전쟁 수행능력과 방어력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력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배치하고,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고, 탄약과 보급체계를 확충하며, 독자적인 작전 수행능력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당장 미국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한미동맹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자체 방위능력을 차근차근 키워가는 것이 현실적인 안보전략이다. 국가안보의 플랜을 완성하려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부터 신중하고 무거워야 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즉흥적인 SNS 정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국제정세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안보전략을 세우고, 이를 단계별로 실현할 구체적인 시간표를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정권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국가 안보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이 지금 이 대통령의 행보를 바라보며 불안과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안보는 SNS의 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준비하고 최악의 순간에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힘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올린 X(옛 트위터) 캡처.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