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혁신 대신 오만을 택한 서울시, 한강버스가 보여줬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5-11-17 11:41:06
- 수상교통 실험의 그늘… 서울시는 왜 준비되지 않았나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15일 밤, 잠실선착장 118m 앞에서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춰 섰다. 탑승객 82명은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다.
“항로 이탈”이라는 서울시의 설명은 그저 기술적 이유일 뿐, 이번 사고는 서울시가 기본 행정조차 갖추지 않은 채 무리한 수상교통 실험을 강행한 결과라는 점에서 훨씬 더 본질적이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서울시는 무엇을 배웠는가.
한강버스는 출범 이후 멈춤·고장·시설 불량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다. 화장실 역류로 운항이 중단된 적도 있고, 부표 충돌 사고로 선장이 여론에 밀려 사직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대중교통 혁신이라는 이름을 강조할 뿐, 그 과정의 안전성과 관리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늘 소극적이었다.
이번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사고 선박의 흘수는 스케그 포함 약 1.8m. 그러나 선박이 들어선 곳의 실제 수심은 1.47m에 불과했다. 원래 항로는 평균 2.8m로 준설돼 있었지만, 배는 항로를 50m 더 직진했어야 할 지점에서 일찍 우회전해 얕은 구역으로 들어섰다. 선장은 부이(경계 표시등)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표시등 불량은 단순한 장비 문제가 아니다. 항로·표시체계 관리가 부실하면 선박은 언제든 위험에 빠진다. 태양광 방식의 부이 라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이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주기적 점검과 교체가 필수다. 서울시는 그 기본조차 지키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준설 역시 한강버스만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홍수 위험을 낮추기 위한 기본 유지관리다. 매년 수차례 이뤄지는 준설 작업을 하고도, 준설된 항로가 다시 얕아지는지를 점검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행정적 태만이다.
결국 이번 사고는 준설도 했고, 표시등도 설치했지만, 관리·감독은 하지 않은 구조적 실패가 만든 결과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서울시는 원인을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데 몰두하고, 실무 공무원·운항 인력에게 책임이 돌아가며, 정책을 추진한 결정권자의 책임은 늘 비껴간다. 이 악순환이 지금의 한강버스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또 하나의 좌초 사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강버스가 보여주는 것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서울시 행정이 갖고 있는 구조적 오만과 준비 부족이다.
배를 띄우려면 물길부터 관리해야 한다. 표시등은 보이게 해야 하고, 항로는 유지해야 하며, 반복되는 사고에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는 혁신 이전의 기본이다.
서울시는 이제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왜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정책 구조인가”**를 자문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시민의 발이기 전에 시민의 생명이 걸린 사업이다. 혁신을 말하고 싶다면, 먼저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